[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4월 들어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모양새다.
그동안은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해 배당 방식으로 운영하거나, 알트코인 위주 마케팅을 펼쳐 이용자를 모은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위세가 상당했다. 실제 지난달 이들 중 한 곳은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제치고 국내 기준 거래량 2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달 비트코인 등 대형 암호화폐들의 시세가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나름의 인지도를 쌓아왔던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조금씩 거래량이 늘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4월 들어 거래량이 급등하고 있어 평소보다 사용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일부 서비스가 지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일 업비트는 평소 대비 수배 이상의 사용자 트래픽 급증으로 일부 시세 지연현상이 발생해 긴급 서버 점검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후오비코리아는 최근 암호화폐 정보제공 업체 코인힐스(Coinhills)와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서 국내 거래량 기준으로 새로이 5위 권에 안착했다. 한때 국내 3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꼽혔던 코인원 또한 “4월 1일 기준으로 신규 가입자 수와 거래량 모두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평균적으로 2.5배 정도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1세대·2세대 암호화폐들 ‘강세’ 효과
이러한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대형 암호화폐들의 강세 흐름을 짚었다. 1세대 비트코인, 2세대 이더리움 등 기존 대형 암호화폐들이 4월 들어 강세를 보였고, 이를 대형 거래소에 보유하고 있던 이용자들이 본격 거래에 나섰다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뉴스BTC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매수 주문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튿날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상승세를 이어가 5000달러 선을 뚫었고, 이더리움 또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1·2세대 코인들의 상승세에 힘입어 이오스, 리플 또한 상승 랠리에 동참했다.
이러한 흐름은 비교적 오랫동안 국내에서 운영해 온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한빗코 김성아 대표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초기’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은 2017년 불시장에 대부분 유입됐고, 당시 지금 대형 국내 거래소라고 불리는 곳에서 거래를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대형 코인들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이들을 보유하고 있던 기존 대형 거래소들의 거래가 움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빗코 또한 실명계좌 발급이 어려워 원화 마켓을 운영하지 않지만 최근 거래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
김 대표는 또 그간 약시장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이 거래소 토큰이나 신규 알트코인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 상대적으로 중소형 거래소들이 반짝 효과를 누린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시장이 죽어 그간 1000개 거래소에서 거래량이 100이 나왔다면, 이 때 비트코인 등 대형 암호화폐 거래량이 10%, 나머지 90%가 알트코인 거래였다”며 “현 시장은 1000개 거래소에서 거래량이 1000 규모로 늘어난 것이고, 이 중 50% 거래가 대형 암호화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바이낸스 런치패드가 몰고온 IEO 트렌드
최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신규 IEO(암호화폐 거래소 공개) 플랫폼 ‘런치패드’가 흥행하면서 이 트렌드를 쫓는 국내 대형 거래소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IEO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팀 또는 업체가 거래소를 통해 토큰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최근 대형 거래소들이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해 토큰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 후오비코리아는 지난달 경쟁력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암호화폐를 ‘후오비토큰'(HT)으로만 판매하는 후오비 프라임을 출시했고, 첫 프로젝트부터 판매 개시 7초 만에 완판된 바 있다. 지난해 3월 설립된 한빗코 또한 토큰 사전 판매인 ‘간편구매’ 기능을 지난달 20일부터 시작했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바이낸스 런치패드가 성공한 이후 좋은 프로젝트를 대형 거래소에서 선점하는 점도 대형 거래소들을 선호하는 현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프로젝트 팀 입장에서도 중소 거래소보다는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는 간편구매나 IEO가 끝난 후 해당 토큰이 거래소에 실제 상장됐을 때 가격 안정성이 보장되기를 원한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상장 운영을 맡고 있는 관계자는 “이전에는 주로 중소형 거래소에서 간편구매를 진행했는데, 실제 해당 코인이 상장으로 이어졌을 때 ‘가격 ‘펌핑’ 후 물량 ‘덤핑’’되는 경우가 다수여서 투자자들이 이를 외면하게 되는 것일 수 있다”며 “최근 들어 글로벌 상위 거래소 아이닥스(IDAX), 유럽 유명 거래소인 라토큰(LATOKEN)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원화 출금이 가능한 거래소에서도 IEO를 진행하게 되면서 투자자들은 당연히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 거래소들을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면서 IEO에 참여하는 프로젝트 팀 입장에서도 투자금을 더욱 쉽게 조달할 수 있고 유동성이 풍부한 안정적인 ‘대형’ 거래소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 중소 거래사이트 사건사고 ‘피로감’ 쌓였다
관련업계에서는 중소 거래소들의 연이은 사건사고로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불투명한 운영 및 고객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중소 거래소들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고, 이는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이슈화되고 있다”며 “특히 법인계좌를 사용하는 일부 중소형 거래소에서는 입출금 지연 문제가 벌어지고 있고, 이러한 사태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고객 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코인원 관계자는 올해는 ‘정화’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투자자들도 거래소를 보는 눈에 있어서 충분히 학습이 돼 있을 것”이라며 “관련 커뮤니티도 활성화돼 있어 거래소가 별도의 활동을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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