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미국과 러시아가 비트코인(BTC) 비축 경쟁에 나서며 글로벌 경제 질서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러시아는 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미국은 경제적 주도권 강화를 위한 도구로 비트코인을 주목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크립토폴리탄이 보도했다.
러시아: 서방 제재 돌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만 8700건 이상의 제재를 받아 외환 보유고 3000억 달러가 동결되며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비트코인을 새로운 경제 생존 전략으로 삼고 있다.
러시아 의원 안톤 트카체프는 국가 비트코인 비축을 제안하며 이를 “탈중앙화되고 검열 불가능한 자산”으로 규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또한 비트코인을 서방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핵심 도구로 언급하며 친 비트코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비트코인 채굴 산업 확대를 통해 BRICS+ 회원국들과 독자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푸틴은 “달러를 외교적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미국의 가장 큰 전략적 실수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비트코인을 통한 새로운 경제 질서를 구상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미국: 금융 주도권 강화
반면, 미국은 비트코인을 활용해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보유한 20만 개 비트코인(약 210억 달러 상당)을 출발점으로 삼아 비트코인 비축을 확대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금 보유고 일부를 매각해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원의원 신시아 루미스는 5년에 걸쳐 비트코인 100만 개(총 공급량의 약 5%)를 매입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에 반대하면서 정책적 갈등이 예상된다.
비트코인 경쟁의 글로벌 영향
비트코인의 총 공급량은 2100만 개로 제한돼 있어 양국의 대규모 비축 경쟁은 가격 급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소규모 국가들은 시장에서 밀려날 위험이 있다. 특히 러시아는 이란, 북한 등 다른 제재국들과 연대해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 질서를 약화시킬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비트코인 비축을 통해 금융 안정성을 강화하고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양국은 비트코인 채굴 분야에서도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러시아는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고, 미국은 기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통제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푸틴과 트럼프의 미묘한 관계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는 겉으로는 긍정적인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신뢰 부족이 드러나고 있다. 푸틴은 트럼프의 최근 당선에 대해 “지능적이고 경험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지만 직접적인 축하 전화를 하지 않고 비공식 경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24시간 안에 종식시키겠다고 밝혔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발언은 키이우에서 의심을 사고 있으며, 전쟁 종식 방안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패권 경쟁은 양국 간 관계를 더욱 긴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경쟁은 글로벌 경제와 정치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