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 시장에서 리테일과 벤처 캐피탈 간의 투자 기회 불균형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 페어런치 플랫폼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구조적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투자자의 온/오프체인 데이터 기반 투자 기회를 제공하거나, 인공지능 에이전트 기반의 투명한 페어런치 메커니즘을 실험하는 등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1. 들어가며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펌프닷펀(Pump.fun), 다오스펀(DAOS.Fun)과 같은 런치패드 플랫폼들이 높은 거래량과 활발한 사용자 참여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페어런치(Fair Launch) 방식을 도입하여, 기존 ICO나 IEO와 달리 벤처 캐피탈 대상 프리 세일 없이 모든 사용자가 토큰 발행 시점부터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리테일 투자자들은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생태계에 참여하며 가치를 공유할 기회를 얻고, 공정한 토큰 분배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리테일 투자자들이 오랜 기간 투자 기회에서 소외되어 온 구조적 문제를 반영함과 동시에, 새로운 투자 모델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 리서치에서는 페어런치 플랫폼이 리테일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 불균형을 해소하고, 암호화폐 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면밀히 분석하고자 한다.
2. 리테일과 벤처 캐피탈: 갈등의 배경
리테일 투자자와 벤처 캐피탈 간의 투자 기회 불균형은 전통 금융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구조적 문제로,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벤처 캐피탈은 초기 프라이빗 세일에서 낮은 가격에 대량의 토큰을 확보한 뒤, 퍼블릭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매도해 수익을 실현한다. 이 과정에서 리테일 투자자들은 이미 상승한 가격에 진입해야만 하는 구조적 한계를 경험하며, 투자 기회 불균형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구체적인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바이낸스 리서치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의 MC(Market Cap)/FDV(Fully Diluted Valuation) 비율은 2022년 41.2%에서 2024년 12.3%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전체 발행량 중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토큰의 비중은 감소한 반면, 잠긴 물량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제한된 공급량은 토큰 가격의 인위적 상승을 유도하며, 벤처 캐피탈 등 초기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그러나 토큰 언락 시점에 대규모 잠긴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그로 인한 손실은 주로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결국, 시장 초기 부풀려진 가격은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리테일 투자자들이 페어런치 플랫폼에 주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플랫폼은 초기부터 모든 토큰을 즉시 유통해 토큰 언락 리스크를 제거하는 동시에,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공정한 분배와 건전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며, 초기 단계부터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리테일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3. 페어런치 플랫폼: 공정한 대안인가, 또 다른 불균형인가?
페어런치는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기존 구조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이 투자 기회의 불균형을 완전히 해소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형태의 불균형과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펌프닷펀의 경우 토큰 발행(Token Generation Event, TGE) 스나이퍼, 트렌드 봇과 같은 자동화된 도구들이 거래를 선점하면서 일반 리테일 투자자들은 여전히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부 프로젝트는 화이트리스트(Whitelist)를 통해 특정 그룹에게 참여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카발(Cabal)을 형성해 내부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등 공정성을 훼손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여기서 카발은 특정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비공식적으로 결속해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는 페어런치 플랫폼이 목표로 했던 공정한 토큰 분배의 가치를 무색하게 만들며, 단지 불균형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리테일 투자자들이 공정한 조건에서 참여하기 어려운 환경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러한 현상이 과거보다 더 짧은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페어런치 플랫폼에서는 벤처 캐피탈이 수행하던 프로젝트 검증 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 리테일 투자자들이 충분히 평가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더 큰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결국, 투자 기회의 불균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변질되어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더욱 불리한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4. 투자 기회 불균형의 근본적 원인
페어런치 플랫폼은 투자 기회 불균형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따라서, 이러한 불균형 문제를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리테일과 벤처 캐피탈의 대립 구도나, 투자 기회의 공정성 문제를 넘어서는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단순히 자금 조달이 목적이라면 모든 참여자에게 동등한 투자 기회를 열어두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토큰 기반 생태계는 투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투자자, 즉 생태계 참여자들과 함께 성장하며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아닌,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기여하는 진정성 있는 참여자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벤처 캐피탈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벤처 캐피탈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프로젝트의 발전을 위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며 생태계 확장에 기여한다. 이들은 초기 단계의 리서치와 실사를 통해 프로젝트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때문에 일부 페어런치 플랫폼들 또한 검증된 참여자들에게 초기 참여 기회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이해할 만한 선택이다.
따라서 투자 기회의 불균형 문제는 단순히 동등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생태계의 장기적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기여가 가능한 참여자를 식별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체계적인 구조가 필요하다. 이것이 현재 웹3 생태계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과제이다.
5. 새로운 균형점 찾기: 가치 중심의 생태계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두 가지 극단적인 접근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모든 참여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려는 페어런치 방식과 검증된 소수의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모델 모두 웹3 산업의 본질적 가치를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가치 중심의 참여자 선발’ 전략이다. 단순히 자본의 규모나 투자자 유형이 아닌, 생태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참여자를 효과적으로 식별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최근 등장한 두 가지 사례들은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5.1. 커뮤니티 투자 라운드 플랫폼 ‘레기온(Legion)’
레기온은 생태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투자자를 선별하고, 공정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중심의 투자 플랫폼이다. 레기온은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자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젝트와 투자자 간의 지속 가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심 시스템인 ‘레기온 스코어(Legion Score)’는 투자자의 온체인 활동, 소셜 영향력, 깃헙(Github) 개발 기여도, 프로젝트 팀의 인증 등 다양한 온·오프체인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점수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의 자금력이 아닌 생태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기준으로 투자자를 선별한다.
레기온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열어주는 동시에, 프로젝트가 투자자의 활동과 참여 의사를 다각도로 평가해 생태계에 적합한 투자자를 선택하도록 돕는다. 투자자는 레기온 스코어와 함께 커버레터를 작성해 자신이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과 계획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프로젝트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방식은 투자 기회의 공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프로젝트와 투자자 간의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레기온은 이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고, 기여 중심의 커뮤니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투자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5.2. 인공지능 에이전트 기반 페어런치 플랫폼 ‘AI-Pool’
AI-Pool은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한 페어런치 플랫폼 실험으로, 2024년 12월 24일 X의 사용자 Skely에 의해 제안되었다. 이 아이디어는 제안 직후 단 몇 시간 만에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수많은 투자자들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전송해 5백만 달러 이상을 모금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Note: 현재 Skely 계정은 사칭 계정의 신고로 인해 정지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는 제3자에 의해 제기된 내용으로 정확한 사유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해당 플랫폼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초기 실험 단계의 프로젝트로, 안정성과 신뢰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해당 유저가 제안한 아이디어 자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Pool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기존 페어런치 플랫폼의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기존 플랫폼이 중앙화된 운영 방식과 내부자 거래로 인해 공정성이 훼손된 사례가 많았던 반면, AI-Pool은 신뢰실행환경(TEE)을 기반으로 모든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설계되었다. TEE는 AI 지갑의 비밀 키를 안전하게 보호하며, 외부 개입 없이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거래를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중앙화된 운영과 내부자 거래로 인한 불공정성을 줄이고, 보다 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다만, AI-Pool은 여전히 초기 실험 단계에 있으며, 독립된 풀로 운영된다 해도 런칭 이후 자동화된 봇으로 인한 시장 왜곡 문제나 유동성 부족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AI-Pool은 토큰 발행과 초기 분배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존 중앙화된 플랫폼에서 발생하던 불공정한 분배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향후 발전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는 모델로 자리 잡을 잠재력을 보여준다.
6. 마치며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 기회 불균형은 흔히 리테일과 벤처 캐피탈 간의 대립으로 보이지만, 이는 단순히 주체의 차이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KOL(Key Opinion Leader) 라운드와 같은 관행은 특정 그룹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며, 페어런치 플랫폼조차도 공정성을 완전히 실현하지 못하고 새로운 형태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투자 기회 불균형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본질적 접근이 필요하다.
레기온과 AI-Pool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레기온은 투자자의 온, 오프체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정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며, 생태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참여자를 선별하는 데 중점을 둔다. AI-Pool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기존의 중앙화된 운영과 내부자 거래 문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두 프로젝트 모두 단순히 자본 투자를 넘어, 생태계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결국, 웹3 산업의 핵심 가치는 탈중앙화를 통해 모든 참여자에게 동등한 기회와 공정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특정 주체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생태계를 구축하고, 투자자와 프로젝트가 서로에게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협력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진정한 탈중앙화 시스템을 실현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 글은 블록미디어의 파트너사 글로벌 웹3 전문 리서치 기관 <타이거리서치>의 ‘플레어: All for Data, One for Data’의 전문입니다. 해당 보고서는 <타이거리서치> 공식 사이트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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