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인공지능(AI)의 활용가능성이 금융, 의료,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되는 가운데 블록체인 영역에서도 AI의 적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중 AI 에이전트는 최근 급부상한 개념으로, 특정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자율 프로그램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밈(Meme)을 공유하는 단순한 작업부터 온체인 트랜잭션 최적화, 일드파밍(Yield Farming) 자동화와 같은 복잡한 작업까지 수행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6일 시황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가상자산) 시장에서 AI 에이전트 분야의 시가총액은 약 117억달러(약 17조1100억원)에 달했다. 시장 규모는 상당하지만 AI 에이전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밈코인 고트(GOAT)의 등장 이후다.
고트세우스 맥시무스(GOAT·고트)는 AI 에이전트 트루스터미널(Truths Terminal·TT)이 주도한 밈코인으로 지난 10월 출시됐다. 풍자적인 인터넷 종교에서 영감을 받은 TT는 밈 콘텐츠 제작과 커뮤니티 관리를 통해 2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했으며 유명 벤처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sseen)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고트를 10억달러(약 1조460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가진 프로젝트로 성장시켰다.
기존 밈코인이 커뮤니티 기반 바이럴 마케팅에 의존했다면 TT는 데이터 기반 전략과 실시간 사용자 상호작용을 통해 커뮤니티를 성장시키고 프로젝트의 신뢰성과 참여도를 높였다. 바이낸스 리서치는 지난 11월 발간한 ‘가상자산에서 발견한 AI 에이전트의 미래 전망’ 보고서에서 “고트를 통해 시장 트렌드를 형성하고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AI 에이전트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기존 구조를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디지털자산 업계는 단순히 밈코인을 유행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AI 에이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현재 지갑, 프로토콜 거버넌스, 탈중앙화 금융(DeFi) 등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에서 AI 에이전트를 적용하려는 논의가 활발하다”며 “특히 디파이 프로토콜과 융합을 통해 리스크 관리와 에이전트 기반 자산 운용 등 기존 스마트 컨트랙트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기능들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ai16z가 있다. ai16z는 자산 관리에 초점을 맞춘 AI 기반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으로 에이전트를 사용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AI 기반 가상 펀드 매니저 마크(Marc)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외부 시장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 동향, 투자 기회, 위험 요소 등을 평가한다. 동시에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사용자 의견과 감정을 분석해 시장 분위기를 파악해 투자를 실행하는 것이다.
포필러스는 지난 19일 ‘AI 에이전트 사이클: 크립토에서 기술은 과장과 함께 발전한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ai16z는 AI 에이전트를 단순히 재미나 흥미를 위한 존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특정 목적을 수행하는 도구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AI 에이전트가 등장할 수 있었고, AI와 가상자산 산업이 결합이 단기적인 유행을 넘어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가지는 산업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긍정적 전망에도 AI 에이전트 분야는 초기 시장인 만큼 여러 한계와 과제가 남아 있다. AI 에이전트는 가상자산 시장의 방대하고 빠르게 증가하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데이터 생성 속도를 CPU가 따라가지 못하는 성능 병목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김병준 리서처는 “AI 에이전트와 블록체인의 결합은 아직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며 “앞으로 이 결합이 발전하면서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필러스는 “가상자산 시장은 여러 사이클을 거치며 과장된 기술적 기대와 투기적인 열풍을 만들어낸 사례가 있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 시장의 과도한 관심이 사라지면, 내실을 다져온 플레이어들이 남아 단기적인 유행을 넘어 산업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키고 성숙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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