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지난해 디지털자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꼽혔다.
1일 블록미디어가 진행한 ‘2024 연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참여자 중 56.5%가 2024년 디지털자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을 묻는 질문에 ‘미국 대통령 선거’라고 답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34.8%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디지털자산 친화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이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월 비트코인은 현물 ETF 승인으로 1억원을 돌파하고, 달러 기준 7만3000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 ETF가 승인된 1월 11일(현지시각) 직후에는 하락세를 보였으나, 1월 말부터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약 두 달간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각) 기준 약 356억달러(약 52조3000억원)가 10개의 현물 ETF에 순유입됐다. 해당 유입액은 지난 한 해 미국 전체 ETF 순유입액의 3.5%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처럼 현물 ETF로 가격 상승이 기대됐음에도, 3월 중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한번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4월 반감기 이벤트에도 하락 흐름이 멈추지 않으며,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다. 하지만 디지털자산 시장에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우려가 기대로 바뀌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비트코인 컨퍼런스 2024’에 참석해 미국 정부가 보유 중이거나 앞으로 취득할 비트코인에 대해 매도하지 않고 전량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비트코인의 자산 성격을 전략적 비축 자산과 준비 자산으로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으나, 비트코인을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디지털자산 업계는 환호하며 그의 당선을 기대했다.
미 대선 기간 동안 탈중앙화 예측 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은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예측하는 베팅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실시간으로 공개된 예측 결과에서 트럼프 당선 확률이 상승하면 비트코인 가격도 함께 오르고, 반대로 확률이 하락하면 가격도 떨어지는 연동 현상이 나타났다. 이렇게 트럼프 당선 확률에 따라 출렁이던 비트코인은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6일 7만6000달러까지 상승하며 랠리를 시작했고, 결국 10만달러를 돌파했다.
이처럼 비트코인이 미국에서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디지털자산 투자 성향이 단기 보유에서 장기 보유로 변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디지털자산 투자 전략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4.8%가 ‘장기 보유’를 선택했으며, 단기 트레이딩과 스테이킹은 각각 39표와 15표로 뒤를 이었다. 해당 질문은 복수 응답으로 진행돼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을 다각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은 장기 보유를 중심으로 트레이딩과 스테이킹을 활용해 수익 다각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디지털자산 시가총액은 55조3000억원으로 2023년 말 대비 27% 증가했다. 거래 이용자도 778만명으로 같은 기간 21% 증가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디지털자산 시장 유입이 늘면서 거래소들의 수수료 수익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거래소 매출은 1조518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거래소의 일일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향후 거래소 수익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거래소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안’을 꼽았다. 설문조사에서 거래소 선택 기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2.8%가 보안을 선택했으며, 거래 수수료가 53표로 뒤를 이었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원화 마켓을 운영하는 업비트와 빗썸에 거래량이 집중된 현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투자자들은 규모가 큰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투자자들이 디지털자산 정보를 주로 소셜 미디어(SNS)에서 얻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설문조사에서 정보를 얻는 경로를 묻는 질문에 X(옛 트위터), 텔레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선택한 응답자가 76표로 가장 많았다. 복수 응답이 가능했던 이번 조사에서 소셜 미디어에 이어 전문 뉴스 사이트와 유튜브가 각각 47표와 37표로 뒤를 이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 9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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