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비트코인(BTC)이 자산으로 점차 인정받으면서 전 세계 디지털 자산(가상자산) 시장은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국내 업계와 투자자들도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출시와 기관 투자의 조속한 허용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블록미디어 2024 연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서 응답자 중 73.9%가 국내 디지털 산업 성장을 위해 ‘기관 투자 허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기관 자금 유입을 통해 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투자 기반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인식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설문조사는 일반 투자자 및 업계관계자 9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현재 국내 거래소에서는 법인 및 기관 투자자의 계좌 개설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2017년부터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 거래, 투자가 전면 금지된 데 이어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법인의 원화 거래가 더욱 제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어 국내 시장도 제도적 장벽을 완화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부회장은 지난달 3일 열린 블록페스타 2024에서 “국내에서는 여전히 법인의 시장 참여가 제한돼 가상자산을 활용한 파생상품 서비스 이용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법인 기관의 시장 참여가 자금세탁 우려를 높인다면, 이를 해소할 방안을 당국과 민간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 투자 허용에 이어 국내 투자자들은 기업 육성을 위해 ICO(코인 발행) 허용과 스타트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ICO와 관련해 응답자의 60.9%는 규제 기준을 마련해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29.3%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ICO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답해 ICO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앞서 정부는 2017년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ICO를 전면 금지했지만, 이로 인해 규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해외와 비교해 정보 비대칭성이 심화되며 불법 발행과 사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한 강화된 규제 환경으로 인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스타트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규제 개선의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진 설문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디지털 자산의 활용도가 가장 높은 분야를 묻는 질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국제 송금을 선택했다. 응답자 64명은 디지털 자산의 실생활 활용도가 가장 높은 분야로 ‘국제 송금’을 꼽았다. 이는 투자자들이 디지털 자산을 통해 저비용, 빠른 처리, 투명한 국제 송금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스위프트(SWIFT) 같은 전통적인 국경 간 자금 이체 방식은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홍콩 등 여러 나라에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국경 간 결제 실험을 진행 중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낮은 수수료와 빠른 송금 속도로 국경을 초월한 거래가 가능해 주목받고 있다.
얌기 찬 서클 부사장은 지난달 14일 업비트 D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참여해 “아시아에 있는 내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금요일 오후 4시에 거래 대금을 받는 상황에서, 기존 시스템에서는 주말이 지난 월요일에야 대금을 받을 수 있다”며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와 정산이 실시간으로 가능해, 결제가 필요한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방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며, 글로벌 경제 시장에서도 일부 결제가 이미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투자자들은 국제 송금에 이어 자산 토큰화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설문 결과, 자산 토큰화는 36표를 얻어 국제 송금 다음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자산 토큰화는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고, 소액 투자자를 포함한 다양한 투자자의 접근성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토큰화 자산 시장이 2030년까지 약 16조달러(약 2경35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자산 토큰화의 일환인 토큰증권(ST)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로, 향후 개정안 통과 시 새로운 발행 및 유통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토큰증권(ST) 법제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1.3%가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해야 한다고 답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32.6%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신중론도 적지 않은 비중을 보였다. 이는 투자자들이 토큰증권의 도입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법제화 과정에서의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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