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2024년은 글로벌 블록체인 규제에 있어 특별하고 중요한 해로 평가된다. 각국 규제가 개선되고 암호화폐 자산이 기존 금융 시스템에 통합되면서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블록미디어가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준 각국 암호화폐 규제를 정리해봤다.
# 미국 : ETF 현물 승인 및 FIT21 법안
2024년 1월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현물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고, 이어 5월 23일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을 발표했다. 7월 23일에는 이더리움 ETF의 거래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며 미국 암호화폐 투자 시장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현물 ETF는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간의 연결 고리를 강화해, 더 많은 기관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소소 밸류(SoSoValue)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총 순자산 가치는 1050억8000만 달러로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5.7%를 차지한다. 이더리움 현물 ETF의 총 순자산 가치는 120억5000만 달러로 이더리움 시장의 2.94%에 달한다. ETF 승인으로 솔라나(Solana), 도지코인(Doge), XRP 등 알트코인 기반 ETF 신청이 가능해지면서 시장이 한층 성숙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FIT21 법안
2024년 5월 22일, 미국 하원은 21세기 금융 혁신 및 기술법(FIT21)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암호화폐의 증권 또는 상품 여부를 명확히 분류하고, 이를 규제할 기관(SEC 또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을 결정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암호화폐 규제의 명확성을 높이고,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 트럼프 행정부와 친(親) 암호화폐 정책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인사를 주요 자리에 임명하며 규제 환경의 변화를 예고했다.
- 폴 앳킨스: SEC 회장으로 지명.
- 데이비드 삭스: 인공지능 및 암호화폐 담당 백악관 위원으로 임명.
- 보 하인스: 트럼프 암호화 위원회의 전무이사로 선출.
- 프렌치 힐: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
이러한 인사들은 암호화폐 산업에 유리한 정책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정보 공개 기반 규제”를 도입하며 기존의 “집행 기반 감독” 모델보다 유연하고 혁신적인 접근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유럽: MiCA 시행과 스테이블코인의 치열한 경쟁
유럽연합(EU)은 암호화폐 시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첫 규제 프레임워크인 ‘암호자산 시장 규제법(MiCA)’을 본격 시행했다. 6월 30일 발효된 MiCA는 12월 30일 완전히 시행되며,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명확한 규제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 MiCA, 유럽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판도를 바꾸다
MiCA 시행은 유럽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는 한편,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경쟁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못한 테더(Tether)는 네덜란드의 Quantoz와 유럽 스테이블코인 제공업체 StablR에 투자하며 시장에서의 위치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영국, 암호화폐 규제 시스템 도입 예고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2026년까지 암호화폐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FCA에 따르면, 영국 내 암호화폐 자산 보유율은 지난 2년 동안 14% 증가했으며, 약 700만 명의 성인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영국이 암호화폐 시장 성장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독일, MiCA 구현 위한 금융 시장 디지털화법 통과
12월 21일, 독일 의회는 MiCA의 완전한 구현을 위한 ‘금융 시장 디지털화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EU 규제의 효과적인 적용을 지원하고, 독일 내 암호화폐 시장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평가된다.
# 홍콩 : 스테이블코인 개발 촉진 및 VATP 라이선스 확대
홍콩은 암호화폐 산업의 글로벌 중심지로 자리 잡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개발과 규제 체계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과 가상자산 거래소(VATP) 라이선스를 통한 규제 인프라를 대폭 확대하며 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 스테이블코인 개발과 샌드박스 규제 확대
홍콩 정부는 12월 6일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FRS)에 대한 포괄적인 감독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스테이블코인 법안(Stablecoin Bill)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향후 홍콩이 투자, 무역, 지불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합법적이고 규정을 준수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와 더불어, 홍콩 통화 당국은 7월 JD 코인 테크놀로지, 위안비 이노베이션 테크놀로지, 스탠다드 차타드 뱅크 홍콩 등 3개 기관을 “샌드박스” 규제 참여 기관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관은 예상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하며, 향후 스테이블코인 규제 시스템과의 적합성을 점검하고 있다
# 가상화폐 라이선스 확대
12월 18일, 홍콩은 VATP(가상화폐 라이선스) 시스템에 4개의 신규 회원을 추가했다. 이번에 라이선스를 받은 △클라우드 어카운트 그레이터 베이 아리아 테크놀로지 △DFX 랩스 △홍콩 디지털 트레이딩 그룹 △사우전드 웨일 테크놀로지는 OSL 거래소, 해시키 거래소, HKVAX와 함께 혁신을 선도할 예정이다.
# 디지털 허브 도약을 위한 ETF 도입
4월 말, 홍콩은 차이나AMC 홍콩, 보쉬 인터내셔널, 하비스트 인터내셔널이 소유한 6개의 암호화폐 ETF 거래를 승인하며 글로벌 ETF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러한 행보는 홍콩을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 시스템의 핵심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 러시아, 암호화폐 채굴 규정 시행 및 디지털 화폐 세금 개편
12월 4일, 푸틴 대통령은 “비트코인과 같은 신기술은 금지될 수 없으며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러시아가 디지털 자산 기술의 발전을 전략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앞으로의 변화를 예고한다.
# 암호화폐 채굴 , 명확한 틀 구축
2024년 11월 1일, 러시아는 암호화폐 채굴을 공식적으로 합법화하며 포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암호화폐 채굴은 합법적 활동으로 인정되며, 채굴업체는 등록된 기업 또는 개인 사업자로서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등록되지 않은 개인 채굴자는 월 6000kWh 이상의 전력을 소비할 수 없으며, 초과 시 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 디지털 화폐 세금 개편
푸틴 대통령은 11월 29일, 디지털 화폐를 재산으로 명시적으로 취급하며, 부가가치세 면제와 국경 간 결제에 면세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새로운 세제는 디지털 화폐의 합법적 사용을 촉진하며, 글로벌 결제에서 러시아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 중동·북아프리카: 규제 혁신 통한 암호화폐 성장 촉진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암호화폐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가 블록체인 기술 혁신과 규제 프레임워크 도입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 UAE: 당국과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UAE는 두바이 가상자산 규제 당국(VARA)을 통해 암호화폐 산업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이와 같은 규제 혁신은 UAE를 암호화폐 생태계의 중심지로 만들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급성장하는 암호화폐 시장
체이널리틱(Chainalytic)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암호화폐 시장으로, 지난해 대비 온체인 가치가 154%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은 블록체인 기술,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게임 산업,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전이 뒷받침하고 있다.
카타르도 암호화폐 규제를 완화하며 빠르게 시장을 확장 중이다. 올해 9월, 카타르 금융센터(QFC)는 디지털 자산 정의, 기술 표준, 소비자 보호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 내 가장 암호화폐 친화적 국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규제 시스템을 통해 산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남아프리카 금융부문행위감독청(FSCA)은 420건의 암호화폐 자산 서비스 제공업체(CASP) 라이선스 신청 중 248건을 승인했다.
# 남미 지역: 암호화폐 정책의 혁신적 변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암호화폐 규제와 채택을 주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25년부터 자유 통화 정책을 시행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모든 통화의 거래를 허용할 계획이다.
브라질: 우호적인 규제를 통해 RWA(실물 자산) 커뮤니티와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를 도입하며 암호화폐 산업의 잠재력을 확대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사용하며, 암호화폐 관광을 장려하고 있다. 엘살바도르가 지열을 통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매입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엘살바도르와 아르헨티나는 양국 간 암호화 산업 발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 아시아 : 샌드박스 규제 도입으로 Web3 발전 가속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Web3 정책과 샌드박스 규제 도입을 통해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 혁신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여러 국가가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맞추며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 일본, Web3 정책 강화 및 세제 개편 추진
11월 27일, 일본 디지털 장관 다이라 마사아키는 블록체인 정책 혁신을 목표로 Web3 및 암호화폐 정책 부서를 개편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구상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암호화 및 블록체인 기술의 국가적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다. 일본은 암호화폐 수익에 별도 20% 세율 적용과 손실 이월 제도를 포함한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현재 최대 55%까지 적용되는 기타소득 세율을 완화해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려는 의도다.
# 동남아시아: 샌드박스를 통한 혁신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혁신적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샌드박스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했다.
인도네시아: 6월, 금융감독청(OJK)이 디지털 자산 샌드박스를 출시해 규제가 느슨한 환경에서 프로젝트를 테스트할 기회를 제공했다.
태국: 8월, 기존 라이선스 프레임워크를 보완하기 위해 디지털 자산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베트남: 10월 22일, 2030년까지 블록체인 기술 연구와 응용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국가 블록체인 개발 전략을 발표했다.
# 한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규제 논의 중단
7월 19일, 한국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시행했다. 그러나 비상 계엄령과 대통령 탄핵 논의가 시작되면서 암호화폐 관련 모든 규제 논의가 중단됐다. 이는 한국 암호화폐 시장 발전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2024년은 글로벌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산업에서 규정 준수와 성장이 교차하는 중요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암호화폐 산업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규제와 혁신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2025년을 앞두고, 업계와 규제 당국 간의 조정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화를 위한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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