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채권 시장에서 ‘연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초에 기관투자자들이 자금 집행에 나서면서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계절성 요인이 있지만 올해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우량등급 회사채(AA-등급) 3년물과 국고채 3년물 금리 격차인 신용 스프레드가 0.69%포인트로 집계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0.58%포인트 수준이었던 격차는 눈에 띄게 벌어진 상태다. 신용 스프레드가 높아지면 그만큼 기업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소추안도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달 27일부터 5거래일 연속 동일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지난달 채권시장은 정치 불확실성 확대, 환율 불안정 등으로 전월 대비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
시장이 살아나는 연초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연초 효과는 매년 1월이 되면 기관의 자금 집행이 재개되고 채권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채권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연말까지는 금융기관들의 규제비율 준수, 결산 등으로 자금 집행이 제한적이라 비수기로 여겨진다.
김수연 한양증권 연구원은 “새해가 시작되면서 신규 투자자금 집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달에도 첩첩이 예정된 여러 일정들과 불안정한 금융시장 환경 하에서 투자자금 집행 강도는 상대적으로 예년 대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1월 국채 발행 규모는 시장에 부담을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해 대비 증가가 예정된 올해 국채 발행 규모와 추경 이슈로 인한 수급 잠재 요인으로 시장에 선반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년 대비 높아진 불확실성과 1월 말 설 연휴로 스프레드 축소 강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대상이 길거나 유동성이 낮은 투자대상보다는 당분간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양호한 투자대상으로 관심이 이어질 수 있어 중장기물 대비 낮은 민감도와 예년 대비 가격 매력도가 증가한 단기물 투자 매력도는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채 발행 규모는 197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인 가운데 추경 그리고 올해부터 발행이 시작되는 최대 20조원 규모의 외평채까지 더해진다면 올해 국채 발행 규모가 200조원 이상인 건 기정사실”이라며 “이로 인해 1월 국채 발행 규모는 13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7000억원 증가했지만 2월 이후부터는 더 증가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연초 효과를 감안한 크레딧 발행 수요까지 감안할 경우 연초부터 채권 발행은 대규모로 쏟아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발행 부담을 우려해 자금 집행 시기를 늦출 수 있다”며 “특히 지난 4분기 금리 하락을 견인한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세도 수급 부담이 높아지면서 순매도로 전환한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반면 연초 효과에 따른 강세를 예상하는 의견은 헌법재판관 2명 임명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 완화, 그에 따른 크레딧 투자 심리 회복을 근거로 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량 크레딧은 장기 시계열 데이터상 부도 확률이 극히 낮아 현실적으로 무위험채권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탄핵 국면 전개로 시장의 불안 심리가 팽배해져 우량 크레딧이 평상시와 같은 무위험채권 취급을 받기 어려웠다”면서도 “헌법재판관 2명 임명으로 후속 일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하반기에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국채에 이어 크레딧채권의 추세적 방향성도 강세쪽이라고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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