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새해 들어 코스피가 반등한 가운데 지난해 말 팔자 행렬을 이어갔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진정될지 주목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에서 4199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첫 거래일인 지난 2일을 제외하고는 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18일(2484.43) 이후 10거래일 만에 2480선으로 올라섰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12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49.3으로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코스피 반등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시장 평가다.
통상적으로 이 지수는 국내 수출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해왔다. 지수가 위축 국면에서 전월 대비 상승하면 2차전지, 자동차, 정보기술(IT)하드웨어 등이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하는 식이다.
지난해 하반기 외국인이 순매도한 25조원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각 22조원, 2조원인데, 미국 제조업 지수 반등이 이런 상황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 2.76%, 9.84% 급등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ISM 제조업지수는 전통적으로 반도체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외국인 수급에도 간접적으로 긍정적”이라며 “ISM 제조업지수 반등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매도하던 상황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미국 제조업 지수는 수출 경기와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견조했던 지난달 수출 실적과 함께 코스피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라며 “전기전자 업종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집중된 가운데 그동안 약세를 보이던 반도체, 2차전지 업종이 반등하면서 코스피, 코스닥 전반적인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세계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인 CES 2025를 앞두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에 약 8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반도체 기술주와 AI데이터센터 투자 수혜 기대감이 유입됐다. 하루 만에 10% 가까이 강세를 보인 SK하이닉스는 CES에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16단 제품 샘플 공개와 함께 그룹 차원의 AI 혁신 사업 비전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다만 AI 반도체 성장률 둔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으로 최근 실적 컨센서스가 크게 하향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영업이익 예상 9조원대에서 최근 8조원 중반까지 기대치가 낮아졌다.
업황 반등 계기는 부족하지만 가파른 이익 전망치 하락으로 악재 선반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도 메모리 가격 하락과 재고 조정 지속으로 업황 반등 트리거는 부족하지만 가파른 이익 전망치 하락으로 악재에 대한 선반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시점”이라며 “이에 국내 소부장 전반에 대한 저가 매수세 역시 삼성전자 잠정 실적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삼성전자 관련 주요 소부장에 대한 단기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한다”고 언급했다.
김준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1월에 대한 상승 기대감을 갖기에는 이르며, 이는 과거 25개년 동안 연말 랠리 기간과 1월 성과 사이에 특정한 패턴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1월 상승 기대감을 위해서는 현재 국내 증시를 둘러싼 정치, 매크로 환경 등 대내외적인 리스크 완화가 필요하며 특정 업종과 종목 선별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인 삼성전자가 평균 수준으로 회귀한 후 종목 장세로 전환을 예상한다”며 “업종 전략 핵심은 수출주로 환율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수출 업황이 우호적이며 중국 경기 영향으로 비켜있어야 한다. 기계, 조선, 방산, 로봇 등 산업재와 대형 헬스케어, 자동차와 차부품 등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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