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2기 내각은 그의 첫 임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오는 20일 백악관의 문을 열 트럼프 2기는 정치·관료 출신이 대거 포함되었던 1기 내각과 달리 암호화폐와 AI 등 신기술에 친화적인 인사들을 대거 등용, 변화를 꾀하고 있다.
# 親암호화폐 내각 등장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권력의 중심으로 진출했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크립토 업계와 갈등을 빚었던 조 바이든 행정부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기술 혁신과 디지털 자산의 규제 완화와 지원을 공언하며 크립토 업계와의 협력을 약속했다. 폴 앳킨스(SEC 위원장 후보)와 하워드 루트닉(상무장관 후보)의 등장은 내각의 친암호화폐적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폴 앳킨스 SEC 혁신의 기대주
증권거래위원회(SEC)위원장으로 지명된 폴 앳킨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SEC 위원으로 재직하며 금융 규제 간소화를 추진한 인물이다. 앳킨스의 지명 소식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그의 정책 전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뉴욕타임스는 앳킨스가 토큰 얼라이언스(Token Alliance)와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의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점을 언급하며 디지털 금융 혁신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 전했다. 업계도 SEC가 코인베이스, 크라켄, 리플 등 주요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소송을 조정하거나 완화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CFTC(상품선물위원회)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서머 머싱거와 브라이언 퀸텐즈 역시 암호화폐 혁신과 규제 간 균형을 중시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하워드 루트닉, 테더와의 긴밀한 연결고리
상무장관 후보로 지명된 하워드 루트닉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테더(Tether)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의 회사 캔터 피츠제럴드는 테더의 1340억 달러 규모 자산 대부분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수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테더는 달러와 1: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주요 거래 수단으로 사용된다. 루트닉은 개인적으로 트럼프와의 만남 이상으로 테더의 소유주인 성형외과 의사 지안카를로 데바시니 테더 CEO를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스테이블코인 정책을 통해 “미국 달러의 패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규제 완화를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테더와 같은 스테이블코인 기업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데바시니 CEO는 루트닉이 테더에 불리한 법안들을 막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나 테더의 재정 투명성과 법적 조사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암호화폐와 AI의 차르 ‘데이비드 삭스’
AI와 암호화폐 정책을 총괄할 책임자로 임명된 데이비드 삭스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투자자로 트럼프 내각의 기술 정책을 이끌 예정이다. 삭스는 페이팔(PayPal) 초기 멤버로 머스크와 함께 근무했으며, 현재 올-인 팟캐스트(All-In Podcast)의 공동 진행자다. 그는 오래전부터 비트코인을 옹호해온 인물로, 솔라나(Solana) 같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도 투자한 경력이 있다. 팔란티어(Palantir), 스페이스X(SpaceX), 에어비앤비(Airbnb), xAI등 주요 기술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하며 벤처 투자자로서 명성을 쌓았다. 그는 암호화폐와 AI 규제 완화를 주요 과제로 설정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 혁신의 세계적 리더로 자리 잡도록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 앤드리슨과 피터 틸, 기술 정책의 비공식 조언자
공직을 맡지는 않았지만 트럼프와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알려진 인사 중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거물’ 둘도 포함돼 있다.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공동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과 피터 틸은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에게 기술 정책 조언을 해주고 있다. 마크 앤드리슨은 1990년대 넷스케이프와 모자이크 등을 만들었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 스카이프, 리플, 코인베이스에 초기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틸은 파운더스 펀드를 통해 스페이스X, 메타 등 150여개 IT 기업에 투자했으며 지난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 연준과 트럼프 내각, 갈등 가능성..지도부 교체설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은 2026년 5월까지 임기가 유지될 예정이며, 트럼프 당선인은 그를 교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의 친암호화폐 기조와 연준의 신중한 통화정책 사이에 엇박자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파월 의장이 “연준은 비트코인을 소유할 수 없다”고 발언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9일 트럼프 측이 연준 지도부의 교체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하며, 케빈 해싯(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마크 서머린, 케빈 워시 등을 유력 후보로 거론했다.
#내각 대부분 암호화폐 지지..이해관계와 윤리문제 우려도
트럼프 2기 내각에 대해 암호화폐 방송 더 울프 오브 스트리트(The Wolf of All Streets)의 진행자 스콧 멜커와 아놀드는“트럼프 내각 인사 대부분이 비트코인을 지지하거나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해 상충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하워드 루트닉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사업적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정부에서 역할을 수행할 지에 월가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루트닉은 “이해관계를 정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2기 내각의 경제 정책은 산업 성장을 가속화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과 이해충돌 문제는 미국 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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