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규리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에서 해킹과 사기 등 범죄행위 피해 규모가 매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자산이 금융 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점차 키워가는 만큼 보다 정교한 보안 시스템 마련과 관련 규제가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9일 블록체인 보안 플랫폼 펙실드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을 겨냥한 범죄행위 피해 규모는 30억1000만달러(약 4조4000억원)로 전년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킹으로 인한 피해가 전체 70%로 가장 많았다. 사건 수도 303건으로 전년도 282건에서 증가했다. 손실액은 20% 이상 늘어난 21억5000만달러(약 3조원)에 달했다. 그 외 사기로 인한 범죄 피해가 8억345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뒤를 이었다.
피해액 가운데 4억8850만 달러(약 7000억원)는 회수돼 구제 금액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회수되지 않은 피해 금액이 상당해 여전히 업계에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
해킹과 사기 범죄가 발생한 주 원인으로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프로토콜이 꼽혔다.
펙실드는 “디파이의 탈중앙화 구조와 스마트 계약 의존성이 공격자들에게 주요 목표가 됐다”며 “이는 업계 전체 손실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해킹 피해는 일본의 암호화폐 거래소 ‘DMM비트코인(DMM Bitcoin)’ 사태였다. 지난해 5월 프라이빗 키가 유출되면서 3억2000만달러(약 5000억원)어치 디지털자산이 탈취됐다. 해당 사건은 거래소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면서 결국 DMM비트코인은 올 3월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플레이댑이 2억9000만 달러 규모의 해킹과 2억3800만 달러 비트코인 사기를 겪으며 주요 피해 사례로 기록됐고, 인도의 디지털자산 거래소 와지르엑스와 갈라 게임즈 역시 비슷한 해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사건으로는 이른바 ‘돼지 도살(Pig Butchering)’이라고 불리는 범죄행위가 제일 많이 등장했다. 돼지를 도축하기 전에 살을 찌우는 등 정성스럽게 키우는 것에서 유래한 이 수법은 피해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면서 접근한 뒤 금전을 착취한다. 전 세계에서 무분별하게 발생하면서 총 36억달러(약 5조3000억 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월별 기준으로는 5월에 총 6억6220만달러(약 1조원) 손실이 발생해 그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7월과 8월에도 각각 2억8000만달러(약 4000억원) 이상 피해가 나타났다.
반면 연말로 갈수록 범죄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2월에는 4650만달러(약 680억원)를 기록해 연중 최저치였다.
사이버 위협도 165건으로 전년대비 40% 증가해 업계 전반의 보안 취약성 재점검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미 아키 분석가는 “디지털자산 시장이 직면한 범죄 피해는 기존 보안 체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전 세계 손실 규모가 수억 달러에 이르면서 보안 강화와 범죄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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