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규리 기자]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내부에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규제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FDIC가 주요 은행들에게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기업과 협력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내부 문건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책임을 인정하고 투명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요 기관에서 그동안 내세운 정책 기조를 수정하는 모습이다.
#”기존의 방식 재검토해야”…FDIC 부의장의 자성
12일(현지시각) 디지털자산 전문매체 데일리호들에 따르면 트래비스 힐 FDIC 부의장은 최근 가상화폐 규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하며 FDIC가 방향성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힐 부의장은 앞서 FDIC가 20개 이상의 은행에 디지털자산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하라는 ‘일시 중지(pause)’ 서한을 보냈음을 인정했다. 해당 정보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정보공개법(FOIA) 요청을 통해 공개한 문서를 통해 드러난 바 업계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힐 부의장은 “거래를 중단하라는 것보다 합법적인 활동과 안전한 운영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었을 것”이라며 “규제 승인이 필요할 경우 이를 신속하게 처리했으나 최근 몇 년간 규제 당국은 이 부분에서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FDIC는 은행 예금 보호를 주 목적으로 하는 연방 기관이다. 예금 지불, 파산 은행 관리,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방지 등 역할을 수행한다. 연방 은행의 상위 규제기관에 속하는 만큼 FDIC의 태도 변화가 디지털자산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디지털자산 접근권과 디뱅킹 문제
힐 부의장은 디지털자산 관련 개인 및 기업이 은행 계좌를 잃는 ‘디뱅킹(debanking)’ 문제도 주요 이슈로 언급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디지털자산 산업과 관련된 기업과 개인이 아무런 설명 없이 은행 계좌 접근을 잃는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정 비즈니스 그룹이나 정치, 종교 단체가 과거에 겪었던 차별적 관행과 유사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FDIC와 같은 규제 기관이 투명하고 일관된 정책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대 경제에서 은행 계좌 접근권은 기본권에 해당한다”며, 디뱅킹 문제는 은행 시스템의 공정성을 해치는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힐 부의장의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FDIC가 새로운 방향성을 추구할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동안 디지털자산 규제에 엄격한 잣대를 내밀었던 것을 철회하고 관련 산업에 대한 규제 환경이 변화할 전망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기 행정부에서 FDIC를 축소, 통합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행정부 인사들은 규제기관인 FDIC외에도 통화감독청(OCC), 연준(Fed·연방준비제도) 역시 다른 방식으로 구조 조정할 계획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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