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량이 집중된 이른바 ‘김치코인’의 중앙화 비율이 약 7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코인은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온체인 활동보다는 거래소에 보관된 채 매수·매도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특히 거래소에 보관된 자산은 언제든 매도될 가능성이 있어 네트워크 자산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코인사이렌에 등록된 368개 디지털자산 중 60개의 중앙화 비율이 평균 69.4%에 달했으며, 모두 국내 거래소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스탯, 스타게이트파이낸스, 알타바 등 일부 코인은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거래소에서 중앙화 비율이 90%를 넘어섰다. 예를 들어 유통량 100개 중 90개가 국내 거래소에 예치된 셈이다.
이는 전체 디지털자산 평균 중앙화 비율(38%)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비트코인(6.71%)과 이더리움(9.53%)의 평균 중앙화 비율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디지털자산이 거래소에 과도하게 집중되면 매도 압력이 증가해 가격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자산이 거래소에만 머물 경우 중앙화된 플랫폼에 의존하게 돼 디지털자산으로서의 가치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토큰은 단순히 거래 수단을 넘어 ▵거버넌스 참여 ▵스마트 컨트랙트 실행 ▵유틸리티 제공 등 네트워크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온체인 활동이 부족하면 프로젝트의 생태계가 활력을 잃고, 지속 가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프로젝트의 신뢰성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해킹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만큼 특정 거래소에 대량의 자산이 집중되는 상황은 위험할 수 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도난 디지털자산 규모는 22억달러(약 3조2500억원)로 전년 대비 21.7% 증가했다. 해킹 건수도 같은 기간 약 8% 증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최근 발표한 ‘2025년 사이버 위협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친 가상자산 정책으로 비트코인 가치 변동성이 확대돼 사이버 범죄 조직의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가상자산 사업자, 블록체인 기업, 이용자, 거래소 등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와 같은 가상자산 탈취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중앙화 거래소 보관 비율이 디지털자산의 가치와 안전에 직결됨에도 국내에서는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해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직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공개한 ‘거래지원 모범사례’에도 거래소 중앙화 비율은 심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모범사례에 따르면 거래소는 발행 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 장치, 기술·보안, 법규 준수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고 이를 분기마다 재평가해야 한다. 초기 상장 심사뿐만 아니라 유지 심사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네트워크 활동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중앙화 비율’을 심사 항목에 포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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