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규제를 위해 지난해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따라 디지털자산의 콜드월렛 보관 비율이 기존 70%에서 80%로 상향됐다. 이는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의 외부 공격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법 시행령에서 제시한 콜드월렛 비율은 전체 자산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개별 디지털자산별 보관 비율은 거래소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실정이다.
15일 코인사이렌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별로 운용기준이 달라 별도의 콜드월렛을 운영하지 않는 사례도 있는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현행 시행령은 거래소에 전체 자산 대비 콜드월렛 보관 비율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운영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개별 자산별로 콜드월렛 보관 비율이 다르게 운영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일부 디지털자산이 콜드월렛에 보관되지 않거나 핫월렛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실제로 블록미디어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원화 마켓 거래소의 지갑 운영 방식을 조사한 결과, 거래소마다 운영 방식이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업비트와 빗썸은 디지털자산별로 콜드월렛과 핫월렛을 운영하고 있지만, 핫월렛의 수와 입출금 방식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거래소별로 비교시, 업비트는 각 디지털자산마다 하나의 콜드월렛과 여러 개의 핫월렛을 운영한다. 입금된 자산은 지정된 핫월렛으로 전송된다. 핫월렛의 자산이 초과되면 초과분은 콜드월렛으로 이체돼, 각 핫월렛 내 자산 가치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핫월렛 각각 회원 지갑과 입출금이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반면 빗썸은 디지털자산 별로 각각 하나의 콜드월렛과 핫월렛을 생성해 이용자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회원지갑에서 입금된 자산은 곧바로 콜드월렛으로 전송되며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관리자가 자산을 핫월렛으로 이동시킨다. 따라서 핫월렛은 출금만, 콜드월렛은 입금만 이뤄진다.
코인원, 코빗, 고팍스는 위 두 거래소와 달리 각 디지털자산이 아닌 네트워크 별로 월렛을 생성해 통합 운영중이다. 여기서 네트워크는 일종의 배송 경로에 비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택배를 보낼 때 사용자는 요금, 배송일, 위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우체국, 롯데, 한진 등 다양한 택배 회사 중 하나를 선택한다. 디지털자산 네트워크도 이와 같다. 이용자는 이더리움, 트론, 폴리곤 등 다양한 네트워크 중에서 상황에 맞는 경로를 선택해 자산을 전송할 수 있다.
코인원과 고팍스는 네트워크별로 하나의 콜드월렛과 핫월렛을 통해 여러 디지털자산을 통합 관리하고 있는 반면 코빗은 하나의 핫월렛과 다수의 콜드월렛을 운영하며 차이를 보였다. 이같은 방식은 디지털자산별로 운영하는 방식보다 운영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하나의 네트워크 월렛에 여러 자산이 함께 보관되기 때문에 자산 도난 사건이 생기면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이처럼 거래소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춰 자산 보관 방식을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었다. 거래량과 운영 환경이 거래소마다 다르기 때문에 보관 방식을 획일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기본법보다 먼저 이용자보호법을 시행한 만큼, 자산 보관 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디지털 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매 분기 금융당국에 지갑 현황을 보고함에도 현재와 같은 운영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업비트와 빗썸 등 소수 대형 거래소로 이용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모든 거래소가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한다는 신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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