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2000억 달러 이상의 거래를 처리하며 결제와 자산 이전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약 200개의 스테이블코인이 등록돼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의 정의와 기술적 구조는 여전히 복잡하다. a16z의 파트너 샘 브로너가 제시한 분석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유형과 그 진화를 미국 은행 시스템의 역사와 비교하며 살펴본다.
# 스테이블코인이란?
스테이블코인은 외부 자산(법정화폐, 원자재 등)에 가치를 연동해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비트코인처럼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억제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디지털 자산의 안정성’을 통해 전통 금융 시스템과 암호화폐의 장점을 결합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스테이블코인의 성공과 실패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담보 △자산 담보 △전략 기반 합성 달러(SBSD)로 분류된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테더(USDT)와 USD 코인(USDC) 같은 유형으로,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94%를 차지한다. 이는 간단한 구조와 신뢰성 덕분에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반면, 탈중앙화 과잉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성을 제공하지만 수요는 제한적이었다. 테라-루나 사태로 대표되는 과소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자본 효율성이 높아 보였으나 결국 치명적인 실패로 끝났다. 최근 등장한 SBSD는 투자 전략과 결합됐지만, 안정성과 신뢰성이 부족해 일반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되기 어렵다.
# 은행 예금을 통해 본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1865~1913년 미국의 국가은행 시대(National Banking Era) 동안 발행된 은행권(banknotes)과 유사한 점이 많다. 당시 은행권은 발행 은행의 신뢰도, 접근성, 지급 능력에 따라 가치가 달라졌다. 하지만 연방 규제 아래 은행권은 발행자가 보유한 국채 또는 다른 법정화폐(코인)로 상환이 보장돼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스테이블코인도 마찬가지로 법정화폐로 상환 가능한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는 법정화폐로 직접 상환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을 쉽게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다.
다만, 발행자와 거리가 먼 사용자가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던 과거 은행권처럼, 스테이블코인도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유니스왑(Uniswap)과 코인베이스(Coinbase) 같은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점차 해결되고 있다.
# 자산 담보형 스테이블코인과 부분 준비금 제도
자산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온체인 대출 프로토콜에서 생성되며, 이는 전통 은행의 신용 창출 방식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Sky Protocol은 변동성이 낮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 이는 1913년 연방준비법으로 시작된 부분 준비금 제도와 맥락을 같이한다.
부분 준비금 제도는 은행이 보유한 자산의 일부를 바탕으로 신용을 창출해왔다. 이후 FDIC 설립, 금본위제 폐지 등 변화가 있었지만, 이러한 제도는 미국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자산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전통을 디지털화한 형태로, 투명성과 감사 가능성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 전략 기반 합성 달러(SBSD)의 도전과 위험
SBSD는 담보와 투자 전략을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토큰이다. 하지만 △중앙화된 관리 △과소담보화 △금융 파생상품의 특성 등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되기 어렵다. 이는 개방형 헤지펀드의 지분에 더 가깝다. SBSD는 고수익을 제공할 수 있지만, 시장 변동성과 중앙화된 운영 구조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취약하다. 특히 디페깅(가격 연동 실패) 상황이 발생하면 안정성을 잃고 급격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 SBSD는 고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사용자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소수만이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펀드 지분처럼 작동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을 상대로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 주요 스테이블코인 현황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안정성을 제공하며 거래와 금융 서비스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유형과 설계 방식으로 발전한 주요 스테이블코인들을 살펴보자.
스테이블코인 | 출시 연도 및 주체 | 특징 | 시장 현황 | 활용 사례 |
테더(USDT) | 2014년테더사 |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의 선구자. 미국 달러와 1:1 비율로 연동. 발행된 USDT와 동일한 가치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 | 2024년 기준 시가총액 1400억 달러 초과. 1억900만 개 이상의 온체인 지갑에서 보유. 다수의 블록체인에서 통용돼 높은 유동성과 접근성을 자랑. | △국경 간 결제 △거래소 내 자산 보호 수단 |
USD 코인(USDC) | 2018년서클(Circle)과 코인베이스 협업 | 미국 달러와 1:1 연동. 규제 준수와 투명성을 강조. 준비금은 규제된 금융기관에 보관되며 정기적인 감사를 통해 신뢰를 강화. | 2024년 12월 기준, 순환 공급량 420억 토큰. 시가총액 2위 기록. 디파이(DeFi) 및 거래소에서 주요 담보 자산으로 사용. | △거래소 간 거래 △디파이 담보 △안전한 결제 수단 |
리플 USD(RLUSD) | 2024년 12월 17일리플(Ripple) | 미국 달러, 국채, 현금성 자산으로 완전히 뒷받침되는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 XRP Ledger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작동하며 높은 유연성과 호환성을 제공. | 출시 첫 주에 시가총액 5300만 달러 기록. 업홀드(Uphold), 비트소(Bitso), 문페이(MoonPay) 등 글로벌 거래소에서 거래 가능. | △국경 간 결제 및 디파이 통합을 위한 유동성 제공 △온체인 실물 자산 거래의 담보 역할 |
에테나 USDe (USDe) | 2024년 2월에테나 랩스(Ethena Labs) | 합성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델타 뉴트럴 전략을 통해 가격 연동을 유지하며 연간 수익률(APY)을 제공. | 출시 10개월 만에 시가총액 60억 달러 기록. BlackRock 및 Securitize의 토큰화 머니마켓 펀드(BUIDL)를 담보로 활용해 수익성을 강화. | △디파이 투자 수단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담보 |
다이(DAI) | 2017년 12월 18일메이커다오(MakerDAO) | 탈중앙화된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 초과 담보화를 통해 미국 달러에 1:1로 연동. 사용자가 이더리움 기반 자산을 담보로 예치해 생성 가능. | 2024년 12월 기준, 순환 공급량 약 53억 달러. 디파이 생태계에서 대출, 차입, 결제 수단으로 폭넓게 사용. | △금융 접근성이 낮은 개인에게 안정적인 디지털 화폐 제공 △디파이 생태계의 핵심 담보 |
퍼스트 디지털 USD (FDUSD) | 2023년 6월First Digital Limited |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완전히 뒷받침. 이더리움 및 BNB 체인에서 시작해 여러 블록체인으로 확장. | 출시 6개월 만에 시가총액 10억 달러 돌파. 2024년 말 기준 시가총액 13억 달러로 다섯 번째로 큰 스테이블코인. 바이낸스와 협력으로 빠르게 성장. | △국경 간 결제 △디파이 서비스 △디지털 결제 플랫폼에서 사용 |
페이팔 USD (PYUSD) | 2023년 8월페이팔(PayPal) | 미국 달러 예치금, 단기 국채 등으로 뒷받침. ERC-20 토큰으로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발행. | 2024년 12월 기준, 시가총액 약 4억9400만 달러. 솔라나 블록체인 통합 및 상인용 암호화폐 결제 지원으로 기능 확장. | △페이팔 생태계 내 송금 및 결제 △암호화폐 간 환전 |
# 스테이블코인의 위험과 전망
스테이블코인은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 △기술적 취약점 △디페깅 및 시장 조작과 같은 위험을 포함한다.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이러한 위험이 금융 시스템에 체계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안정성을 제공하며 디지털 금융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기술 발전과 시장 성장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진화를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디지털 자산 투자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