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Takeaways
- 컴퓨팅 환경은 중앙집중형에서 클라우드, 블록체인으로 진화하며, 기존 가상머신은 웹2에 최적화되었지만 블록체인의 보안성과 투명성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더리움 가상머신(EVM)은 블록체인에 적합한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며 스마트 컨트랙트 실행을 지원했다.
- 영지식 가상머신은 트랜잭션의 기밀성을 유지하면서 유효성을 증명하는 기술로, 확장성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며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 호환성을 높인다. 리스크제로와 석싱트 같은 프로젝트가 이를 지원하며, 타이코는 영지식 증명을 통합해 네트워크 성능을 강화하고 있다.
- 영지식 가상머신은 아직 개선이 필요하지만, 웹3 시대의 신뢰성과 확장성을 갖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와 디앱 환경의 기반을 마련하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1. 배경 – 웹3에 적합한 컴퓨팅 환경의 필요성 대두
[포필러스 김인근] 컴퓨팅 환경은 초기의 중앙집중화된 메인프레임에서부터 시작하여, 개인 컴퓨터(Personal Computer, PC)를 지나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오며 점점 더 개인화되고 분산화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블록체인과 같은 탈중앙화된 모델로까지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CPU, 메모리, 네트워크 등 컴퓨터 하드웨어 리소스를 가상화하여 운영 체제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 가능하게 해주는 가상머신(Virtual Machine, VM)도 함께 발전했다.
전통적인 가상머신은 웹2 시대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설계된 컴퓨팅 환경으로, 웹2 애플리케이션이 요구하는 고성능, 안정성, 확장성을 효율적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중앙화된 운영 모델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신뢰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주로 운영 주체에 의존하여 해결하여 보안성과 투명성의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예로, 2018년에 Intel, AMD, ARM 등 주요 CPU에서 발견된 취약점인 멜트다운(Meltdown)은 가상화 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클라우드 환경에서 공유된 물리적 서버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데이터 유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등장은 가상머신을 포함하여 기존의 컴퓨팅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켰다. 블록체인은 기존 웹2의 신뢰 모델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며, 기존 시스템에 전면으로 도전했다. 특히, 이더리움과 스마트 컨트랙트의 구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더리움 가상머신(Ethereum Virtual Machine, EVM)의 등장은 블록체인의 특성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컴퓨팅 환경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더욱 확산시켰다.
이렇게 컴퓨팅 환경도 웹2를 지나 웹3로 나아가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고, 그에 따라 알맞은 형태로 진화하게 되었다.
2. 시사점 – 영지식 가상머신의 등장과 그 활용
2.1 기존 가상머신부터 영지식 가상머신까지
그렇다면, 컴퓨팅 환경은 어떠한 형태로 진화해왔는지 가상머신부터 영지식 가상머신까지의 발전 과정을 자세하게 한 번 살펴보자.
먼저, 가상머신은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된 컴퓨팅 환경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독립적으로 실행하여 보안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동일한 하드웨어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하지만 기존의 가상머신들은 호환성이나 블록체인 특화 기능의 부재 등으로 인하여 블록체인 환경에서의 실행에 최적화가 되어있지 않았다. 또한, 암호학적 검증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자 간 환경이 무신뢰성인 블록체인의 보안적 요구 사항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더리움 측에서는 이더리움 가상머신을 개발하였고, 이더리움의 상태나 이를 관리할 수 있는 함수들 그리고 다양한 트랜잭션 형태 등을 정의하여 이더리움 사용자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편리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특히 이더리움 가상머신은 솔리디티를 기반으로 개발된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효율적으로 실행하도록 설계되어, 디앱 생태계가 커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이더리움 가상머신도 확장성 문제와 트랜잭션의 기밀성을 보장하는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했으며, 이는 영지식 이더리움 가상머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영지식 이더리움 가상머신은 이더리움 가상머신과 호환되면서 영지식 증명을 활용한 가상머신의 한 종류이다. 이를 통해, 트랜잭션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유효성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고 기존의 스마트 컨트랙트로 작동되던 여러 디앱들과 서비스들이 큰 수정 없이 구동될 수 있게 기틀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모든 연산을 영지식 증명으로 표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성능 최적화가 어려웠으며, 이 때문에 이더리움 가상머신의 호환성을 완전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능상의 비효율은 계속해서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영지식 이더리움 가상머신이 결국 이더리움 가상머신에만 종속되어 선천적인 확장성이 제한된다 점이었다.
영지식 가상머신은 영지식 증명 시스템을 위해 회로로 구현된 가상 머신으로, 특정 블록체인에 종속되지 않고 영지식의 장점을 범용적으로 쓰고자 개발되었다. 특히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과 블록체인의 확장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점은 영지식 이더리움 가상머신의 연구 단계에서도 제시되었던 장점이지만, 이를 Rust, C/C++, Go 등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하여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용될 수 있게 한 부분은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요컨대, 이더리움을 포함한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이 가지고 있던 한계점들이 영지식 가상머신을 통해 타파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는 곧, 기존의 웹2 컴퓨팅 환경에서 가상머신이 가지고 있던 역할을 영지식 가상머신이 대체하고 웹3 컴퓨팅 환경을 마련하는 초석이 새로이 다져지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2 영지식 가상머신의 활용
그렇다면 웹3 컴퓨팅 환경의 초석인 영지식 가상머신은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 리스크제로(RISC Zero): 리스크제로는 RISC-V 명령어 집합을 기반으로 한 영지식 가상머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Rust와 같은 고수준 언어를 지원하여 개발자들이 기존 언어로 영지식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zkVM 1.0 버전은 성능과 비용 측면에서 개선되었으며, 다양한 블록체인과의 상호 운용성을 제공한다. 또한, 애플리케이션 정의 사전 컴파일 기능을 도입하여 고성능 영지식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 복잡한 계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 석싱트(Succinct): 석싱트에서 개발한 영지식 가상머신인 SP1은 Rust 언어를 포함한 LLVM 기반 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의 실행을 증명할 수 있다. SP1은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증명 생성을 지원하며, 다양한 블록체인과의 호환성을 제공한다. SP1은 개발자가 복잡한 ZKP 서킷을 직접 작성하는 대신 개발자들이 잘 다룰 수 있는 Rust 언어로 코드를 작성하고 영지식 증명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 졸트(Jolt): 졸트는 a16z crypto에서 개발한 영지식 가상머신 프레임워크로, 간단한 프로그래밍 모델을 제공하여 새로운 가상 머신 명령어 구현을 단순화하고 개발자들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졸트는 Rust나 Go와 같은 고수준 언어를 바탕으로, 개발자가 기본 영지식 증명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도 프로그램의 실행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한다.
- 지케이엠(ZKM): 지케이엠은 Microprocessor without Interlocked Pipeline Stages (MIPS) 아키텍처 기반의 영지식 가상머신이다. zk-STARK 기술을 활용하여 프라이버시와 확장성을 제공하며, 다양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러한 영지식 가상머신 솔루션들을 최적화하여 자신들의 네트워크에 적용시킨 프로토콜 사례로는 타이코가 있다. 타이코는 완전한 탈중앙화를 위해 Based Contestable Rollup(BCR)을 도입했는데, 여기에는 다중 증명 시스템이 포함된다. 타이코는 종류가 다른 롤업 증명 시스템들을 사용하여 시스템의 유연성과 그에 따른 더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보장하려 한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포필러스의 아티클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타이코는 영지식 증명을 메인넷에 통합하며 멀티 증명 기반 롤업을 한층 강화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선은 기존의 신뢰 실행 환경(Trusted Execution Environment, TEE) 증명을 포함한 멀티 증명 아키텍처를 보완하는 것이었는데, 특히 석싱트와 리스크제로의 영지식 가상머신을 통합함으로써 멀티 증명에 대한 탄탄함을 증가시켰다.
지금까지는 Software Guard Extensions (SGX) 기반 증명에 의존해왔던 타이코는 이번 통합으로 100개의 블록 중 3개가 영지식 증명을 요구하는 현재 상황에서 2025년 말까지 완전한 영지식 롤업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2025년 3월 31일부터 모든 블록 제안자들에게 영지식 증명에 대한 요건이 적용되며, 블록의 10%~25%는 영지식 증명이 요구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타이코 블록 제안자들은 영지식 증명 생성에 필요한 환경을 미리 설정해야 한다. 여기서 타이코는 따로 영지식 증명 생성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블록 제안자는 석싱트나 리스크제로와 협력하여 준비해야 한다. 만약 기한까지 영지식 기능을 갖추지 못한 제안자는 블록 제안 시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추후 타이코는 영지식 가상머신을 통한 영지식 증명 시스템을 모든 블록에 적용하게 되면, TEE를 보조 수단으로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영지식 가상머신과 TEE 통합을 통해 보안성과 확장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2.3 영지식 가상머신: 웹3를 위한 기술적 토양
영지식 가상머신은 기존의 가상머신과 달리, 블록체인 네트워크와의 유기적인 통합을 통해 새로운 웹3 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하며 다양한 디앱과 서비스들이 더욱 신뢰할 수 있고 확장 가능한 환경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다.
리스크제로와 석싱트 등 여러 프로젝트들은 영지식 가상머신의 이러한 잠재성을 확인하고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타이코는 이런 프로젝트들과 힘을 합쳐 영지식 가상머신의 활용처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적용하고 있다.
물론 영지식 가상머신은 더 발전이 필요한 기술이다. 영지식 가상머신의 복잡한 회로 설계와 아직은 비효율적인 성능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의 추가적인 학습이 필요한 개발 난이도까지 해결해야할 사항이 많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점점 더 고도화되는 웹3 시대에는 기존의 가상머신이 충족하지 못했던 요구 사항들을 해결할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고, 이 지점에서 영지식 가상머신은 웹3의 기술적 토양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중요한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블록체인 산업계에서 영지식 가상머신이 어떠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여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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