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세계은행(WB)은 올해와 내년에 세계 경제가 각각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빈곤을 완화할 만큼 빠르지는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세계은행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세계 경제는 전쟁, 보호무역 정책, 높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세계 최빈곤층에게 구제를 제공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세계은행은 이날 세계 경제에 대한 최신 평가에서 제시했다.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가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과 2024년과 같은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수치이지만, 활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장률은 2010~2019년 평균치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성장률 침체는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포함한 최근 몇 년 간의 부정적 충격으로 인한 지속적인 피해를 반영한 것이다.
이날 세계은행의 경제전망 보고서에는 몇 가지 긍정적인 지표도 담겼다. 2년 전 8%를 넘었던 세계 인플레이션은 2025년과 2026년에 평균 2.7%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많은 중앙은행의 목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189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세계은행은 빈곤 경제에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빈곤을 줄이고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소위 개발도상국)의 경우 올해 성장률은 4.1%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다소 둔화돼 4% 정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둔화된 성장 속도가 세계 빈곤을 완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세계은행은 개도국의 성장이 수년간 둔화돼 왔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에는 연평균 5.9%의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고, 2010년대에는 5.1%, 2020년대에는 3.5%에 그쳤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이 개도국들은 1인당 경제 성장률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보다 뒤처져 있다.
개도국들의 경제는 투자 부진, 높은 수준의 부채, 증가하는 기후변화 비용, 수출에 해를 끼치는 보호주의 증대로 인해 휘청거렸다. 이런 부정적인 요소들이 조만간 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계은행의 인더밋 길 수석 이코노미스트(선임 부총재)는 이날 보고서에서 “다음 25년은 지난 25년보다 개발도상국에 더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인당 연간 소득이 1145달러 미만인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빈곤국가들은 가자지구, 수단과 같은 지역에서 분쟁과 폭력이 심화됨에 따라 지난해에 겨우 3.6% 성장했다.
길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며 “분쟁은 경제를 가장 파괴하는 요인이다”라고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에 기자들에게 말했다. 세계은행은 저소득 국가의 성장률이 올해 5.7%, 2026년에는 5.9%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일부 지역에서 분쟁이 완화된다는 “조건”에 따른 것이다.
세계은행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에 대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상품 및 서비스 생산량)은 올해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4년 2.8%에서 감소했지만, 세계은행이 지난해 6월에 예측했던 2025년 경제성장률 1.8%에서 증가한 것이다. 미국 경제는 높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번창했다. 미국의 성장은 강력한 소비 지출, 노동력 부족을 완화한 이민자 유입, 생산성 향상으로 촉진됐다.
반면에 유럽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유로화를 공유하는 유럽 20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6월에 예측했던 1.4%에서 올해 1월에는 1%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빈혈적인” 소비자 지출, 기업 투자 및 제조 활동을 언급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높은 에너지 가격의 비용을 반영한 것이라고 AP가 설명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중국 경제는 2024년 4.9%의 성장률에서 2025년 4.5%, 2026년 4%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붕괴돼 소비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지출을 억제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중국의 수출과 공장 및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견고했다.
한편,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으로 자리 잡은 인도는 올해와 내년에 각각 6.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 지역에서는 농장 생산의 회복으로 소비자 지출이 증가했지만, 인플레이션과 대출 증가의 둔화로 인해 도시 지역의 소비는 위축됐다.
세계은행의 경제전망은 무역이나 예산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가정으로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세금을 감축하고 막대한 해외 수입 제품에 대한 막대한 관세 부과, 불법으로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수백만명의 이민자 추방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러한 모든 정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끌러올리고 세계 무역을 교란할 수 있다. 세계은행은 미국 경제 정책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하며, 이로 인해 미국과 세계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성으로 인해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