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일단 브레이크를 걸었다. 트럼프 무역 장벽과 정국 불안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금리 인하 필요성에도 1500원대를 위협하고 있는 고환율에 발목 잡히면서다.
하지만 이창용 총재의 비둘기 메시지와 금통위원 전원이 3개월 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다음 인하 시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은이 2월 인하와 연내 2~3차례 금리를 낮춰 경기 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본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전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3.00%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차는 1.5%포인트로 유지됐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4년 5개월 만에 금리 인하에 나선 후 11월에도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바 있다.
경기 하강 우려에도 고환율이 추가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다. 트럼프 신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정국 불안에 환율은 1400원대 후반까지 올라왔다. 추가 금리 인하는 원·달러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나 봤던 1500원대로 급등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서두를 것으로 본다. 한은은 소비 등 내수 경기가 하락에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0.2%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전망한 4분기 성장률 추정치는 0.5%다.
이 총재 역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 경기 부양에 나설 것도 시사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에 2번이나 인하를 했고, 3개월 금리 전망을 통해서도 인하가 계속될 것을 얘기했다” 면서 “인하 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되는 와중 조정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하며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4.9bp 떨어진 2.626%에 장을 마쳤다. 2년물과 5년물은 각각 4.9bp, 5.1bp 내린 2.678%와 2.723%를 기록했다. 10년물과 20년물도 각각 5.8bp, 1.9bp 하락했다.
추가 인하 시점으로 전문가들은 2월을 지목한다. 한은이 경기 하강과 고환율의 원인으로 정국 불안을 짚고 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과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다소 있지만, 국내 정국 불안은 2월이면 어느 정도 잦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간담회에서 “트럼프 정부가 시작하면 불확실성도 많이 가라앉을 것”이라면서 “정치 갈등이 어느 정도 자리잡으면 미국 통화정책과 독립적으로 인하기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2월 동결설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향후 3개월 내 금리 수준을 언급하는 한국판 포워드가이던스에서는 위원 6명 전원이 현대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낸 점에서도 금리 인하가 머지 않았다고 읽힌다. 3개월 내 금리 결정은 2월과 4월에 이뤄진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자회견에서 총재가 경기 특히, 내수 둔화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2월 금통위까지 대내외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된다면 한국은행은 2월 이후 다시 경기 부양과 금리인하로 초점을 옮겨갈 것”이라고 봤다.
연내 추가 인하 횟수 전망은 3번이 다수를 차지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 하방리스크 완화를 과제로 내세웠고, 꾸준한 정책 조정으로 경기 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고 평가하며 2월부터 인하에 나서 연말 기준금리는 2.25%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2월 인하와 연말 기준금리 2.25% 전망했다. 그는 “2월에도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경감될 것이라는 한은의 기대를 읽을 수 었다”면서 “비둘기적인 동결은 시장에 인하 기대를 연장시켜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하 시점으로 2월을 예상하며 상반기 3회 인하로 한은이 경기 부양에 서두를 것으로 봤다, 그는 “고환율은 여전히 숙제지만 국내 경기여건 고려시 2월 인하 및 상반기 중 기준금리가 2.25%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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