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가 X(옛 트위터)를 통해 공식 인증한 밈코인이 출시 하루 만에 90배 이상 폭등한 영향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8일(현지시각) X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메시지와 함께 공식 트럼프 밈코인 발행을 알렸다. 트럼프는 해당 게시글에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를 구매할 수 있는 링크도 같이 첨부했다. 해당 링크에 접속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유일한 공식 밈코인이라는 소개를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 밈코인의 발행사인 겟 트럼프 밈(Get Trump Memes)에 따르면 트럼프 그룹 계열 디지털 자산사 CIC 디지털(CIC Digital LLC)과 파이트 파이트 LLC(Fight Fight Fight LLC)가 전체 밈코인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2억개의 밈코인이 유통 중이며, 향후 3년간 총 10억개가 발행될 예정이다.
솔라나 기반 탈중앙화거래소(DEX) 문샷(Moonshot)에서 0.41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던 트럼프 밈코인은 트럼프의 공식 인증 코인으로 알려지며 가격이 급등했다. 트럼프 밈코인은 한국시간으로 20일 오전 6시경 75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정점에 달했고 시가총액은 150억달러(약 21조원)에 이르렀다. 발행 이틀 만에 전체 디지털자산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위에 진입한 것이다.
특히 이번 가격 급등으로 CIC 디지털과 파이트 파이트 LLC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AP 통신에 따르면 두 회사는 밈코인 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를 분배받는 구조로, 이번 급등으로 상당한 거래 수수료를 챙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인사인렌에 따르면 트럼프 토큰의 중앙화 거래소 보유 비율은 약 42%로 디지털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약 4조원이 예치됐다. 디지털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앙화 거래소에 자산이 예치됐다는 것은 현금화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트럼프 토큰 출시 이후 시가총액 기준 약 5조원 이상이 현금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CIC 디지털과 파이트 파이트 LLC는 트럼프 코인 판매로 얻은 수익을 활용해 솔라나(SOL)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코인 급등으로 솔라나(SOL) 가격도 급등세를 보였다. 트럼프 코인이 솔라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출시되면서 관련 덱스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디파이라마 데이터에 따르면 솔라나의 총예치금액(TVL)이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110억달러를 기록했다. 문샷은 트럼프 토큰으로 미국 애플 앱스토어 금융 앱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이번 트럼프 밈코인 출시는 대중의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중요한 변곡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솔라나 지갑 애플리케이션 팬텀이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신규 사용자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트럼프 코인은 디지털자산 시장에 유례없는 반항을 일으켰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아다브 노티 비영리단체 캠퍼인리걸센터의 이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밈코인 발행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토큰 이후 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밈코인 멜라니아 밈(MELANIA)도 20일 출시되자 비판은 가중됐다. X에서 활동하는 유명 디지털자산 트레이더 단크립토는 “이번 멜라니아 밈코인 발행은 트럼프 코인의 가치를 희석시킬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코인이 출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혼랍스럽게 만들 것”이라며 “이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에 단기적인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최승호 쟁글 리서치 연구원도 “트럼프에 이어 멜라니아 밈코인이 출시되면서, 트럼프 코인과 같은 급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투기 심리가 작용해 유동성이 해당 코인으로 집중됐다”며 “현재 디지털자산 커뮤니티에서는 트럼프 가문의 계보를 확인하는 등 웃지 못할 헤프닝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언 셀키스 메사리 창립자도 X를 통해 멜라니아 트럼프의 밈코인 발행을 추진한 팀을 비판하며, 트럼프 당선인에게 이들을 해고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 밈코인이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알렉산드라 안드호브 오클랜드 법학 교수는 20일(현지시각) 포브스 기고에서 “트럼프 코인 출시로 인해 대통령 권한, 증권법, 시장의 건전성 등에서 심각한 법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디지털자산 규제의 미래를 넘어, 디지털 시대에 정치적 권력과 사적 기업의 경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밈코인은 트럼프의 기존 사업인 향수나 시계와 달리, 대통령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금융 상품이라는 점에서 충돌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김병준 리서처도 “트럼프 밈코인은 발행 팀이 전체 발행량의 80%를 보유하며 점진적인 유통량 확대 계획을 가지고 있고, 마케팅을 진행한 점에서 증권성 토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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