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로 집계되며 가까스로 2%대를 유지했다. 특히 4분기 성장률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망치(0.5%)를 크게 하회한 0.1%에 그쳤다. 한국은행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과 금리 인하 시기 조정 실패는 ‘실기론(適期論)’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2.0%로 전망치(2.2%)보다 0.2%포인트 낮았다. 특히 작년 4분기 성장률은 0.1%로, 11월 전망치(0.5%)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위축… 한은 “전망 실패 아냐”
4분기 경제 성장률 급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지난해 12월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 등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며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모든 오차가 정치적 변수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없었다면 0.5% 수준으로 나왔을지 알 수 없다”며 전망 실패라는 지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의 부진도 예측치와 큰 차이를 보였지만, 이는 정치적 요인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예상치 못한 부진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은 경제 전망 지나친 낙관론 논란
한은의 낙관적 경제 전망은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수정 경제 전망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9%였지만, 최근 블로그를 통해 1.6~1.7%로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는 JP모건(1.3%) 등 해외 투자은행들의 비관적 전망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건설 부진 등을 반영한 수치로, 낙관적으로만 보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분기별 경제 전망을 공개하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했으나, 첫해부터 큰 오차를 내며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8월, 3분기 성장률 전망치(0.5%)가 실제 성장률(0.1%)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실기론과 금리 인하 논란
경제 전망 실패는 금리 인하 시기 조정 실패를 의미하는 ‘실기론’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있다. 통화정책은 일정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확한 경제 전망은 금리 결정의 중요한 참고 자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에 대해 “전망 실패는 유감스럽다”면서도, “통화정책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 균형 있게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한 이후 올해 1월에는 고환율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환율은 최근 143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망 오차와 신뢰도 회복 과제
한은의 경제 전망은 기업의 투자 계획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잇따른 전망 실패와 지나친 낙관론은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창용 총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망 보완과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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