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콧 워커와 빌 힌만(a16z 크립토 파트너)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SEC가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규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SEC가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강제적 법 집행(enforcement)에만 의존하는 기존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에어드랍 등 인센티브 기반 보상 분배 △크라우드펀딩 규칙 개정 △브로커-딜러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 허용 △커스터디 및 결제 가이드라인 마련 △상장지수상품(ETP) 승인 기준 개혁 △대체거래시스템(ATS) 상장 기준 정비 등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제시했다.
에어드랍 및 인센티브 보상에 대한 명확한 해석 필요
워커와 힌만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사용자에게 암호화폐를 배포하는 방식인 ‘에어드랍’과 ‘인센티브 기반 보상’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SEC의 불명확한 규제로 인해 미국 내 프로젝트들이 이러한 보상 모델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결과 해외 투자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EC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암호화폐가 투자계약(securities law)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분산원장 기술 기반에서 프로그램적으로 작동하는 암호화폐로서, 기존 증권법상의 증권으로 분류되지 않는 자산에 대해 예외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드펀딩 규칙 개정…암호화폐 스타트업 지원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초기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펀딩 규칙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크라우드펀딩 규정은 암호화폐 스타트업의 성장 방식과 맞지 않아 자금 조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워커와 힌만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조달 한도를 7500만 달러까지 확대 △규제 D(Regulation D) 방식과 유사한 예외 조항을 신설해 비인가 투자자(non-accredited investors)도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 △적절한 투자 보호 장치 도입 등을 제안했다. 특히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특성을 고려한 정보공개 요건을 설정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로커-딜러의 암호화폐 시장 참여 허용
현재 전통적인 브로커-딜러들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SEC의 별도 승인 절차와 높은 규제 장벽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워커와 힌만은 브로커-딜러들이 암호화폐(증권에 해당하는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 모두 포함)를 취급할 수 있도록 명확한 등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암호화폐 자산 거래 및 커스터디 관련 브로커-딜러 등록 기준 수립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확인제도(KYC) 준수를 위한 감독 체계 마련 △금융산업규제국(FINRA)과 협력해 운영 리스크를 반영한 공동 지침 발표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시장의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기관 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커스터디 및 결제 관련 명확한 기준 마련
커스터디 및 결제 부문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명확한 규제와 회계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관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자산을 보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개인 투자자들도 전문적인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워커와 힌만은 △커스터디 규칙 개정(멀티시그 지갑 및 오프체인 보관 방식 허용) △결제 표준 수립(거래 검증 및 오류 수정 절차 포함) △기술 중립적 접근 방식 채택 △SEC 직원회계공보(SAB) 121 폐지 등의 조치를 제안했다. 특히 SAB 121은 암호화폐 커스터디 자산을 수탁기관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에 반영하도록 해 기관들이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제공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지수상품(ETP) 승인 기준 개혁
SEC가 암호화폐 기반 상장지수상품(ETP) 승인 절차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SEC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규제된 시장’으로 간주하지 않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늦어지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규모 테스트 복원 △실물 결제 기반 ETF 허용 △커스터디 표준 마련 등을 제안했다. 워커와 힌만은 암호화폐 시장이 이미 상당한 유동성과 투명성을 갖춘 만큼, 기존 원자재 ETF 승인 기준과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거래시스템(ATS) 상장 기준 정비
마지막으로, SEC가 ATS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자산에 대해 정보 공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인 증권시장에서는 증권법 제15c2-11 규정을 통해 투자자가 일정 수준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암호화폐 시장에도 적용하면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ATS 상장 암호화폐의 필수 정보 공개 기준 설정 △거래소 및 ATS 운영자의 실사(due diligence) 의무화 △정기적 정보 업데이트 및 탈중앙화 이후 보고 의무 해제 기준 마련 등을 제안했다.
SEC, 규제 개혁으로 시장 신뢰 회복해야
워커와 힌만은 “SEC는 이제 단순한 법 집행 중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가이드라인과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이 암호화폐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의회의 입법 조치가 필요하지만, 그 전까지 SEC가 실질적인 개혁 조치를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안은 미국 내 암호화폐 규제 환경이 보다 명확해지고, 투자자 보호와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SEC가 이러한 개혁안을 적극 검토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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