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비트코인 미실현 이익 과세 논란
“바이든이 만든 회계 규정 바꿔달라” …트럼프에 손짓
[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 투자로 인해 막대한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세금 규정이 바뀌면서 기업의 비트코인 투자에서 발생한 장부상 이익에도 세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직면한 복잡한 세금 문제에 트럼프 대통령이 도움을 줄 것인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관련 세법 규정을 다시 바꾸지 않으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026년부터 세금을 내야 한다.
비트코인 투자, 장부상 180억달러 이익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수년 동안 주식 및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현재 이 회사는 약 470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며, 여기에는 180억 달러의 미실현 이익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 미실현 이익에 대해 단 한 개의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았더라도 연방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 세금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이달 초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새로운 공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투자 이익은 자산을 매도했을 때 과세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에 만든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은 “기업 대체 최소 세금(corporate alternative minimum tax)”이라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 세금 규정에 해당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세율은 15%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유일한 희망은 국세청(IRS)이 규정을 바꿔 예외를 인정 받는 것이다.
워렌 버핏도 예외 인정 받는다
IRS는 이미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와 같은 기업이 주식 등 일반적인 증권에서 발생한 미실현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러나 IRS는 암호화폐와 같은 디지털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 대해 어떤 예외도 적용하지 않았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IRS를 상대로 자신들의 입장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IRS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장에 동의해 암호화폐의 미실현 이익에 대해 면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세금 전문가 로버트 윌렌스(Robert Willens)는 “IRS가 주식에 적용되는 예외와 유사한 방식을 암호화폐에도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회계 측면에서 주식과 암호화폐 간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친 암호화폐 대통령 트럼프가 IRS를 움직여준다면 예외 조항이 승인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딜레마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현재 딜레마에 빠져 있다.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전략 덕분에 회사는 나스닥100 기업에 들어갔고, 시총도 920억 달러로 불어났다.
동시에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가능성은 투자자들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면, 회사는 비트코인을 일부 매도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입 전략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미국은 왜 이런 세법을 만들었나?
기업 대체 최소 세금은 일반 기업회계 규칙(GAAP) 상 이익을 크게 내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기업들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예컨대, 엔론(Enron)은 1990년대에 GAAP 기준의 이익은 과대하게 보고하면서도 연방 소득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았던 사례로 유명하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경우, 만약 이 세금 규정이 적용된다면 회사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따라 발생한 미실현 이익에 대해 실질적인 “부유세”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기업들이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은 GAAP 기준으로 공정 가치가 아닌 무형자산으로 취급됐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는 가치는 하락하면 회계상 손실로 반영되지만, 가치가 상승할 경우 이익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inancial Accounting Standards Board)의 새로운 규정에 따라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도 공정 가치로 회계 처리되며, 그 변동이 기업의 이익으로 포함된다.
개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1월 6일 공시를 통해 이러한 새로운 회계 및 세금 규정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회사는 이번 규정으로 인해 최대 128억 달러가 GAAP 기준의 이익 잉여금으로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 대체 최소 세금의 과세 기준에 포함된다.
또한 회사는 최대 40억 달러에 달하는 GAAP 기준의 이연법인세 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금액은 2024년 말 비트코인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숫자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026년부터 이 새로운 세금 규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15%의 최소 세율은 이전 3년 동안 연평균 재무제표 소득이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적용된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비트코인을 매도하기 전까지는 미실현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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