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비트코인에 절대로 투자할 것 같지 않은 보수적인 기관 투자자들도 ‘채권화된 비트코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대규모로 발행한 전환사채가 대표적이다.
23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전환사채가 사실상 비트코인 채권이라며 상세한 투자 기법을 보도했다.
보험사, 비트코인 채권에 투자하다
주요 보험사와 자산운용사들이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대거 매수하며, 전통적인 투자 방식에서 벗어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Allianz)의 자산운용 부문과 보야 투자관리(Voya Investment Management)는 최근 발행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전환사채의 약 25%를 보유 중이다.
칼라모스 인베스트먼트(Calamos Investments)와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같은 보수적인 투자자들도 해당 전환사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칼라모스의 엘리 파스(Eli Pars)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전환사채는 비트코인을 투자하는 데 있어 ‘안전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의 상승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어떤 자본 구조에도 투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전환사채는 투자자들에게 독특한 매력을 제공한다. 일부 투자자는 해당 사채를 이용한 복잡한 차익거래를 통해 수익을 노리고 있다.
채권이 주식보다 낫다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하거나,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 대신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보험사와 은행의 자산관리 부문에서 비트코인을 투자하려면 규제 사항을 통과해야 한다. 나스닥 100 종목에 편입된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발행한 채권은 이런 절차가 필요 없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채권을 들고 있으면 만에 하나 회사에 문제가 생겨도 잔여 재산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 주식보다 채권이 덜 위험한 이유다.
전환사채 차익거래
전환사채는 일종의 주식 옵션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채권처럼 행동하지만, 일정한 가격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점을 활용한 차익거래도 가능하다.
주식의 높은 변동성을 활용해 전환사채를 매수하고 동시에 주식을 공매도하는 차익거래를 할 수 있다. 주가 변동성이 클수록 수익 가능성이 높아진다.
웰즐리 자산운용(Wellesley Asset Management)의 제임스 버캠(James Buckham)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환사채는 채권과 콜옵션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증권이다. 전환사채 보유자는 항상 헤지 전략으로 주식을 사고팔며 수익을 조정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채권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성공은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암호화폐와 연계된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140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 마라(MARA)는 2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암호화폐 채권, 이른바 ‘비트코인 채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과 연계된 이 같은 투자 전략이 위험성을 동반한다고 경고한다. 과거 큰 전환사채 발행 기록을 세운 기업들이 결국 파산에 이른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와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현재의 투자 열기가 잠잠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향후 3년 동안 420억 달러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 비트코인 매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는 전통적인 금융권과 암호화폐 세계 간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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