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지난해 하반기 국내증시를 짓눌렀던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들며 설 연휴 이후 외국인들이 본격 귀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95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말 2399.49로 장을 마감한 코스피는 2500선을 무난하게 회복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주식을 무섭게 팔아치우던 외국인이 포지션 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왔고, 코스피도 덩달아 하락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8월에 2조8682억원, 9월 7조9214억원, 10월 4조7001억원 11월 4조3039억원, 12월 3조439억원 등 5개월간 무려 22조8373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는 2770.69에서 2399.49까지 371.20포인트(-13.40%) 내렸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외국인 매도세가 몰렸다. 외국인들은 5개월간 삼성전자 주식 21조28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지분율 역시 56.47%에서 50.46%로 6.01%포인트 내리며 50%선에 바짝 다가섰다.
금융투자업계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되려면 미 연준의 금리 인하와 환율이 중요 변수라고 분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처럼 임기 초반 하향 안정세를 보인다면 외국인 수급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 유명간 연구원은 “올해 국내 증시의 시작이 나쁘지 않다”며 “국내 증시 매력이 높아지고 외국인 수급이 기대되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원화 환율 안정화와 공매도 재개에 따라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과의 금리차나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의 빠른 반등은 어렵겠지만 이미 부정적 요인들은 충분히 반영됐다”며 “공매도 금지는 가격 효율성 저하와 거래 회전율의 하락 요인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 원인 중 하나였고, 공매도 재개가 이뤄진다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연초 이후 외국인 수급 모멘텀이 긍정적인 업종 중에서 주가 민감도가 높고, 펀더멘탈이 양호한 업종은 조선·방산·반도체”라며 “반도체는 외국인 수급 여력이 100%에 가까워 수급 부담이 적다”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주식시장을 떠나갔던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에 다시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11월부터 미국과 영국의 순매도 규모는 줄었고, 12월부터 미국은 국내주식 순매수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이 귀환을 고심하고 있다”며 “기업의 주주친화 정책 강화와 정치 리스크 완화 가능성 등은 향후 외국인 귀환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당시 취임 이후 원·달러가 빠르게 안정됐다”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됐던 2019년에도 환율은 트럼프 취임 직전의 고점을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에도 거의 똑같은 상황”이라며 “관세 이슈가 지속적으로 환율을 괴롭히겠지만 시장이 더 싫어하는 것은 무역전쟁보다 불확실성”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은 8.7배 수준이지만, 원·달러가 1400원이 되면 외국인이 느끼는 P/E는 8.4배까지 하락한다”며 “외국인 매도가 다소 진정되고 금리가 안정된다면 초대형주 (반도체)+코스닥(중소형 성장주)의 조합 전략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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