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술 리더십에 의문 제기 “AI의 스푸트니크 같은 순간”
증시도 충격…엔비디아·소프트뱅크 하락하고 딥시크 관련주 상승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최근 내놓은 AI 모델이 미국 수출규제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 회사의 AI 어시스턴트 앱이 챗GPT를 제치고 미국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딥시크의 돌풍은 미국의 기술 리더십에 대한 우려를 낳으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술주들이 하락하고 중국 등 아시아 증시에서는 딥시크 관련주가 급등하는 등 증시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의 AI어시스턴트는 이날 미국의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오픈AI의 챗GPT를 2위로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 20일 딥시크가 추론 AI 모델인 딥시크-R1 시리즈를 출시한 지 일주일만이다.
앞서 이 회사가 내놓은 딥시크-V3를 발전시킨 딥시크-R1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나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전 세계 AI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모델의 정확한 개발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오픈AI나 메타 등 거대 정보기술(IT) 업계의 최신 AI모델에 비하면 훨씬 적은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딥시크는 지난달 말 출시한 딥시크-V3가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규제에 걸리지 않도록 엔비디아에서 따로 만든 저사양 칩을 활용하고, 훈련 비용도 600만달러 이하로 메타 등 미국 거대 IT기업의 최신 AI모델 훈련에 사용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는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작은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미국의 수출규제 속에도 저렴한 비용으로 빅테크에 필적하는 성능을 가진 AI모델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업계 안팎에 큰 충격을 던졌다.
블룸버그는 딥시크의 AI어시스턴트가 미국 앱스토어에서 1위를 한 사실을 두고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AI분야 선두주자로서 미국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딥시크가 실리콘밸리에 남긴 깊은 인상을 강조하는 이정표로, AI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와 중국의 첨단 반도체 및 AI 역량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효과에 대한 보편적인 견해를 뒤집었다”고 평했다.
딥시크의 돌풍의 충격파는 증시로도 번졌다.
이날 중국 본토와 홍콩, 일본 증시에서는 딥시크의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된 중국 기술기업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증시에서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과 AI 관련 투자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며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4일 AI칩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가 3% 이상 하락 마감하는 등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고 27일 아시아 거래 시간에 나스닥 선물도 하락했다.
같은날 일본증시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의 주요 참여사인 일본 소프트뱅크가 8% 이상 급락했다. 유럽증시에서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이날 장 초반 9.4%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은 과거 냉전 시대 옛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려 미국과의 우주개발 경쟁을 촉발한 것을 언급하며 딥시크 돌풍이 “AI의 스푸트니크와 같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딥시크가 AI모델이 오픈소스인 점에도 주목하며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개발한 최첨단 AI모델이 폐쇄형인 데 비해 딥시크의 AI모델은 매사추세츠공대(MIT) 라이선스 아래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어 사용과 수정이 자유롭다.
AI 데이터 기업 스케일AI의 알렉산더 왕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와 엑스(X)를 통해 “우리가 발견한 것은 딥시크의 성능이 최고이거나 미국의 최고 모델과 거의 동등하다는 것”이라며 그 특히 개방성 면에서 “딥시크는 미국에 경종을 울린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수석 리서치매니저인 짐 팬은 엑스(X)에 “우리는 오픈AI가 표방한 ‘모두에게 권한을 주는, 진정으로 개방된 프론티어 연구’라는 소명을 비(非)미국 기업이 유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막스플랑크 광학연구소의 인공지능 연구를 이끄는 마리오 크렌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딥시크의 개방성은 매우 놀랍다”면서 그에 비하면 오픈AI의 o1이나 o3 모델은 “본질적으로 블랙박스”라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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