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기자]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 법을 개정하며 국가의 개입을 줄이고 비트코인(BTC) 사용을 자율적으로 전환했다. 이번 개정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14억 달러 규모 대출 협약에 맞춰 이뤄졌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인정되는 자산이지만, 법적 화폐 지위는 사실상 사라졌다. 2024년 기준, 엘살바도르 국민 92%가 비트코인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비트코인 법 개정 주요 내용
30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의회는 55표의 찬성으로 비트코인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비트코인 강제 수용 조항 삭제 △국가의 비트코인 인프라 지원 종료 △비트코인의 법정 화폐 지위 삭제 등이다.
기존 법에서는 모든 경제 주체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개정 후에는 민간 부문에서만 비트코인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운영하던 ‘치보(Chivo) 월렛’을 통한 거래 지원도 중단된다.
또한,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했던 조항(제4·8·9조)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정부 부채는 계약 당시의 통화로만 결제할 수 있게 되면서 비트코인의 국가 재정 역할이 축소됐다.
IMF 협약과 경제적 고려
이번 개정은 IMF와의 대출 협약에 따른 재정 건전성 강화 조치의 일환이다. 엘살바도르는 2023년 12월 IMF와의 협상에서 비트코인 사용 강제 조항을 완화하고 국가 개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비트코인 사용률 감소도 이번 개정의 배경이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4년 비트코인을 거래에 사용한 국민은 8%에 불과해 202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투자 지속… 친(親) 암호화폐 기조 유지
비록 국가의 비트코인 개입이 줄었지만, 엘살바도르는 여전히 적극적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법 개정 일주일 전, 정부는 비트코인 보유량을 추가 확대했다. 또한,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매각 계획을 활용해 저렴한 가격에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하루 1BTC를 매입하는 정책은 최근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트코인의 경제적 효과도 확인됐다. 세 달 전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활용해 국가 부채를 조기 상환하며 재정 건전성을 강화했다.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은 “정치적 부채를 제거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한편, 엘살바도르는 여전히 암호화폐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는 최근 엘살바도르에서 운영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본사를 이전했다. 또한, 영상 플랫폼 럼블(Rumble)도 엘살바도르로의 이전을 검토 중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국가 주도의 비트코인 정책은 축소됐지만, 민간 부문의 비트코인 채택과 기업들의 투자 유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IMF 협약과 맞물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이 글로벌 금융 및 암호화폐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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