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설 연휴를 마친 국내 증시가 개장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관련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딥시크 충격’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휴장 기간 미 증시에서 AI(인공지능)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인 만큼 국내 반도체주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28일~29일(현지 시각)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기존과 동일한 4.25~4.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3차례(9월·11월·12월)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이번 금리 동결로 한국(3.00%)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1.50%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은 29일 FOMC 회의 직후 낸 성명에서 일자리 시장에 대한 평가를 ‘견고하다’며 상향 조정하고, 실업률은 ‘최근 몇 달 동안 낮은 수준에서 안정됐다”고 언급했다. 또 인플레이션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약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어떤 정책을 채택할지, 그것이 경제에 얼마나 빨리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광범위한 관세, 감세, 이민자 대량 추방을 약속했는데, 이는 모두 물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 연준은 일반적으로 차입과 지출을 늦추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높게 유지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FOMC 성명서 문구 변화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은 파월 연준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진정됐다”며 “파월 연준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성명서에 대한 매파적인 해석과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켰다”고 판단했다.
FOMC가 끝난 지난 27일(현지 시각)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136.83포인트(0.31%) 내린 4만4713.52에 거래를 마쳤고 S&P500지수는 28.39포인트(0.47%) 하락한 6039.31에, 나스닥 종합 지수는 101.27포인트(0.51%) 내린 1만9632.32에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중국의 저비용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가 최근 선보인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나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 R1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AI가속기인 H100 대신 성능을 다운그레이드 시킨 H800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의 AI 등장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없이도 효율성 높은 AI 개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지난 27일(현지 시각) 미 증시는 급락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17% 가까이 폭락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EPS(주당순이익)를 발표하는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AI 과잉 투자 및 관련 기업의 마진 감소 우려와 함께 글로벌 AI 효율성 확대 등 딥시크발 AI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시장의 논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낮고,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당분간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연준보다는 트럼프 관세 발효의 강도, 빅테크 실적, 딥시크의 영향 평가 등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딥시크의 출현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관련 산업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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