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성우] 블록체인은 그동안 프로토콜 개선과 합의 알고리즘 최적화를 통해 확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금융, 게임, 인공지능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실시간 처리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소프트웨어 위주의 개선만으로는 처리 한계를 뛰어넘기 어려워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물리적인 하드웨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접근이 주목받게 되었고, 이에 솔레이어(Solayer)가 선보인 ‘인피니SVM(InfiniSVM)’은 인피니밴드(InfiniBand), RDMA(Remote Direct Memory Access·원격 직접 메모리 액세스),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현장 프로그래밍 가능 게이트 어레이) 등 최첨단 기술을 결합해 초당 100만 건 이상의 트랜잭션과 100Gbps 대역폭을 구현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 가속의 필요성은 이미 데이터 처리량의 급격한 증가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DeFi), 대규모 온라인 게임, 메타버스, 인공지능처럼 초당 수천~수만 건 이상의 트랜잭션이 발생할 수 있는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단순히 코드 수준 최적화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 되었다.
특히 실시간 응답이 중요한 금융 서비스에서는 잠시의 지연이 곧 기회 손실로 이어지며, 게임과 AI 분야는 대규모 사용자가 동시에 참여할 때 발생하는 부하가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피니SVM은 네트워크와 컴퓨팅 자원을 물리적으로 효율화해 기존의 병목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 인피니SVM ‘트랜잭션 처리 단계 분산, FPGA, RMDA, 인피니밴드’로 솔라나 2.0 만든다
인피니SVM의 설계 철학은 트랜잭션 처리를 단계별로 세분화하고, 각 단계를 최적화된 하드웨어나 독립된 클러스터로 분산시킨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트랜잭션에 대한 서명 검증을 CPU나 GPU가 아닌 전용 장치에서 처리하여 중앙 프로세서 부하를 줄이고, 실제 트랜잭션 실행 전 ‘시뮬레이션 단계’를 마련, 충돌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불필요한 재실행을 최소화한다. 이를 통해 대규모 사용자가 몰릴 때도 병렬 처리를 극대화하고, 한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목현상을 감소시킨다.
FPGA의 도입 또한 중요한 포인트다. FPGA는 기존 CPU나 GPU와 달리 특정 연산 과정을 하드웨어 내부 논리로 직접 구현할 수 있어, 병렬 처리와 동시성 제어에 최적화된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인피니SVM은 이 FPGA를 스케줄링과 동시성 관리에 활용한다. 다중 트랜잭션이 동시에 처리될 때 자원 충돌이나 과도한 대기 시간을 정교하게 제어하고, 각 트랜잭션이 가진 우선순위를 즉각적으로 재조정하면서 자원을 할당한다. 이로써 트랜잭션이 급작스럽게 몰려도 처리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데이터 저장과 접근 방식 역시 하드웨어 가속 개념에 맞추어 새롭게 설계된다. 인피니SVM은 블록체인 상태 데이터(계정, 자산 정보 등)를 여러 노드에 분산 저장(샤딩)하면서, 노드 간 통신에 RDMA(Remote Direct Memory Access)를 적용해 전송 지연을 마이크로초 단위로 줄였다.
기존에는 패킷을 보내고 받는 과정에서 CPU가 여러 번 개입해야 했지만, RDMA 기반 환경에서는 노드끼리 메모리를 직접 주고받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또, 메모리 상주형 점프 테이블이나 자주 사용되는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보관하는 LRU 캐싱 기법을 적용해 계정 정보나 상태 업데이트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도 빠른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네트워크 수준에서는 인피니밴드(InfiniBand)가 핵심 역할을 한다. 인피니밴드는 서버 간에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지원하면서, CPU 개입 없이(제로 카피) 메모리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제공한다.
이 기술을 대규모 노드 환경에 적용하면, 노드 간 데이터 교환이 최대 100Gbps까지 확장 가능해지고, 패킷 레벨에서의 지연도 크게 줄어든다. 이는 궁극적으로 노드 수가 늘어날 때 발생할 수 있는 병목을 완화하고, 하드웨어 인프라가 뒷받침되는 이상 원하는 만큼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 솔라나 2.0, 인피니SVM이 그리는 초고성능 블록체인의 미래
하드웨어 가속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1초당 100만 건 이상의 처리 능력(TPS)과 100Gbps 네트워크 대역폭은 게임이나 AI 분야뿐 아니라 크로스체인, 탈중앙화 금융 등 기존 블록체인의 한계를 절감해온 다양한 산업군에 시사점을 준다.
예를 들어, 디파이에서는 빠른 속도를 통해 순간적인 가격 변동이나 아비트라지(차익 거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안전한 청산 과정을 실시간에 가깝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게임 분야에서도 대규모 다중 접속 환경에서 부하가 많이 걸리는 상황에도 지연 없이 실시간으로 자산 상태가 동기화되므로, 기존 온라인 게임 수준의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이처럼 인피니SVM은 소프트웨어 최적화의 한계를 넘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해 블록체인 확장성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려 시도하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력 효율이나 비용 측면에서 당장은 도전 과제가 남아 있겠지만, 만약 이러한 초고성능 블록체인이 상용화된다면, 지금까지는 ‘네트워크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 여겨졌던 서비스들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의 미래가 단순히 합의 알고리즘의 개선에 머물지 않고 물리적인 인프라 혁신과도 결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바로 인피니SVM이 그려 나가는 새로운 무대라 할 수 있다. 솔레이어 팀이 꿈꾸는 확장된 블록체인, ‘솔라나 2.0(SOLANA 2.0)’이 웹3 대중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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