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중국의 저비용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 등장에 설 연휴 기간 미 증시 AI 반도체 관련주들이 급락하자 서학개미들이 엔비디아 등을 저가 매수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설 연휴였던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순매수 상위종목 1위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SHS ETF(티커명 SOXL)’로 4억2230만달러로 집계됐다. ICE 반도체지수가 오를 때 일일 수익률 3배만큼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2위는 엔비디아 3억1555만달러, 3위는 엔비디아 주가에 2배 연동하는 ‘그라나이트셰어즈 2.0X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 2억6953만달러, 4위는 테슬라 9756만달러, 5위는 테슬라 주가를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TSLL)’ 7232만달러 순이다.
일주일 전 순매수 상위종목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순위가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테슬라 1억501만달러,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반도체 베어 3X ETF(SOXS)’ 9070만달러, ‘SPDR 포트폴리오 단기 회사채 ETF(SPSB)’ 7780만달러, 애플 6771만달러, 오라클 6417만달러 등을 사들였다.
반대 성격인 SOXL과 SOXS 주가가 일주일새 엇갈린 건 딥시크발 충격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16% 이상 빠지면서 시가총액이 846조원 날아간 영향이다. 서학개미들은 SOXL과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하자 저가 매수할 기회로 인식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지난 20일 자사 최신 AI 모델인 R1을 공개했고 미 증시는 일주일 뒤 R1 성능에 반응했다. 주요 성능 테스트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의 성능을 보이는 오픈AI의 o1과 비숫한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국의 AI칩 수출 규제에도 더 적은 비용으로 유사한 성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가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AI가 폭발적으로 보급되는 대중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며 “기술적 관점에서 반도체 업종이 주도주에서 단기 이탈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중기 투자 관점에서는 비중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직까지 반도체 실적 모멘텀은 현재 전 업종을 통틀어 가장 강하다”고 평가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27일 급락했던 AI 인프라 관련주는 대부분 반등에 성공했다”며 “딥시크 충격에 따른 AI 인프라 기업 주가 하락은 과도하고 단기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라며 “중기적으로는 AI 추론용 인프라에 대한 수요를 앞당길 요인으로 보이며 관련 종목에 대한 눈높이 상향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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