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전직 고위 관계자가 중국에 기밀 경제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체포됐다.
1일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DOJ)는 63세의 버지니아 거주자 존 해럴드 로저스(John Harold Rogers)가 연준 내부 기밀을 중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로 지난 금요일 체포됐다고 밝혔다.
개인 이메일과 호텔방에서의 은밀한 정보 거래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공개된 기소장에 따르면, 로저스는 연준 국제금융부의 선임 고문으로 재직하며 △미국 무역 정책 △관세 조치 △연준의 정책 발표 등 민감한 경제 정보를 수년간 빼돌렸다.
그는 이를 중국 대학원생으로 위장한 중국 정보 요원들에게 제공했다. 미국 법무부는 로저스가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계획적인 방식으로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2018년부터 2021년 은퇴할 때까지 연준 내부 자료를 자신의 개인 이메일로 전송하거나 직접 인쇄해 중국으로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연준 이사회 보고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 결정 자료, 미 정부의 무역 조치 관련 문서 등이 포함됐다.
45만 달러를 받고 진행된 조직적 정보 유출
연준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로저스의 동기는 돈이었다. 그는 중국 대학에서 명목상 교수직을 맡고 45만 달러(약 6억 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법무부는 해당 교수직이 실질적인 강의보다는 정보 전달을 위한 위장 신분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로저스가 넘긴 정보에는 미·중 무역 전쟁과 관련된 민감한 데이터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 조치와 관련된 내부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 사건이 미국 경제 정책과 글로벌 금융 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미국 경제 정책을 노리는 중국의 경제 스파이 활동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밀 유출을 넘어, 중국이 미국 경제 정책을 사전 탐지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를 입수하는 방식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국은 현재 약 7686억 달러(약 1024조 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세계 2위 채권국으로, 미국의 금리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로저스의 정보 유출로 인해 중국이 미 연준의 금리 정책을 사전에 예측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었다면, 이는 미국 금융 시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연준 감사국과 연방수사국(FBI)은 로저스가 2020년 내부 조사를 받을 당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중국과의 연관성을 축소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수년간 정보가 유출된 이후였다.
데이비드 선드버그(David Sundberg) FBI 워싱턴 지부장은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금융 정책과 무역 비밀을 목표로 경제 스파이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연준 내부 정보를 개인적 이익을 위해 악용한 자들에게 경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미·중 관계와 글로벌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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