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전세계 주요 증시를 강타한 ‘딥시크 쇼크’가 비트코인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취임 이후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미국 증시가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면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27일 설 연휴 기간 7% 급락하며 10만달러대를 반납했다.
당초 설 연휴를 앞두고 상승세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비트코인이 무너진 배경으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파장이 꼽힌다. 딥시크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미국 오픈 AI 챗GPT에 필적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기술주를 무너뜨리자 비트코인도 동반 하락한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이 급락한 당일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17% 폭락하며 시가총액(시총)이 약 846조원 증발했다. TSMC는 13%, 브로드컴은 17%, 오라클은 14% 줄줄이 하락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와 함께 수혜 자산으로 분류된 영향이다. 두 자산 간 비슷한 가격 흐름을 나타내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호재만큼이나 악재도 동시에 반영한 것이다. 도미노 패가 연이어 넘어지듯이 특정 움직임이 파급되는 도미노 효과인 셈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파이넥스가 지난달 29일 주간 분석 보고서를 통해 “딥시크가 주력 모델 R1을 공개하면서 주식 시장과 높은 상관관계를 유지하는 비트코인이 동반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선거 이후 주식 시장이 상승할 때 비트코인은 호의적인 경제 뉴스 속에서 상승 모멘텀을 얻었다”며 “동시에 주식 시장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이슈에도 도미노 효과를 쉽게 받고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흐름 또한 이와 유사할 것이란 전망이다. 비트파이넥스는 “비트코인은 더 이상 자체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디지털자산이 아니다. 더 광범위한 위험자산 환경과 연결됐다”며 “앞으로 몇 달간 주식 시장 변화, 특히 거시 경제적 뉴스가 비트코인 움직임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딥시크 여파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으로도 번졌다. 니어프로토콜과 렌더토큰, 페치 등 AI 관련 가상자산들도 10%대 하락률을 보인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판도가 딥시크에 의해 뒤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투심을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간 AI 관련 가상자산들은 엔비디아 랠리를 재료로 테마성 상승을 보여왔다.
다만 딥시크 파장에 따른 약세가 단기적이란 의견도 맞선다. AI 기술과 관련 없는 비트코인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제프리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SC) 가상자산 연구 책임자는 지난달 30일 디크립트와 인터뷰에서 “딥시크와 비트코인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비트코인은 딥시크 관련 충격에서 회복할 것”이라며 “딥시크는 오히려 AI와 무관한 위험자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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