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중국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딥시크’의 등장으로 국내 증시가 출렁이고 있지만, 수혜주로 거론되는 기업들의 주가는 불기둥을 세웠다. 한동안 딥시크 테마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딥시크의 등장이 국내 AI 사업을 영위 중인 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GRT는 지난달 31일 코스닥 시장에서 개장 2분여 만에 가격제한폭까지 뛴 이후 그대로 거래를 마쳤다. 엠케이전자, 피델릭스, 플리토, 라온테크 등도 상한가에 마감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딥시크 테마에 엮이고 있는 곳들이다.
중국 기능성 신소재 기업인 GRT는 지난해 3월 중국 AI서버 제조 메이저 업체 낭조정보(Inspur·浪潮信息)와 9000만위안(약 179억 원) 규모의 수주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낭조정보는 중국 AI서버 시장 점유율 50%이상을 차지한 업체로 딥시크가 AI 모델 개발을 위해 낭조정보의 고성능 AI 서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GRT가 수혜주로 분류됐다.
엠케이전자와 피델릭스는 중국 반도체 밸류체인으로 묶이면서 관련주로 분류됐다. 엠케이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사들인 중고 장비를 중국 내 중소 반도체 기업에 재판매하고 있으며 피델릭스는 국내에 상장한 중국 반도체 부품 기업이다.
상한가를 기록한 기업 외에도 AI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이 대부분 강세를 나타냈다. NAVER(6.13%), 카카오(7.27%)가 강하게 상승한 가운데 코난테크놀로지(24.45%), 인스웨이브시스템즈(22.68%), 솔트룩스(18.16%), 바이브컴퍼니(16.54%), 샌즈랩(14.44%), 마음AI(13.15%), 씨이랩(12.36%), 이스트소프트(11.24%), 폴라리스오피스(9.09%), 한글과컴퓨터(5.95%), 와이즈넛(4.81%) 등 대부분의 AI 서비스 업체들의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딥시크의 등장이 국내 AI 기업들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딥시크의 저비용 AI 탑재 증가는 곧 AI 시장의 생태계 확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딥시크가 시장에 충격을 준 이유는 고성능의 모델을 구현하는 데 있어 압도적으로 높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함의를 던져주기 때문”이라면서 “결론적으로, 어렵겠지만 딥시크의 방법론을 제대로 따라할 수 있다면, 그동안 인프라 비용 투자가 어려워 진행되지 못했던 국내외의 AI 개발이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소수의 AI에서 모두의 AI로 나아가면서 전체적인 AI사이클의 상승세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인터넷·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전문성, 일반성에서 발전 가능한 AI 모델 보다는 기존의 사업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AI 개발 방향으로 개발을 지속하고 있었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성장성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국내 AI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축소된 상황이었다”면서 “그러나 딥시크라는 빠른 추격자가 등장했고 그 개발 과정에 대한 내용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추가적인 후발 주자들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마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인터넷·소프트웨어 상장기업 혹은 스타트업이 AI에 개발에 투입할 자본의 규모는 딥시크 출현 이전에 생각했던 요구 자본 규모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절대적인 수준에서 미국, 중국 대비 갖추고 있는 하드웨어, 인프라, 인적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이미 앞서 개발된 자원을 활용할 경우 딥시크와 같이 작은 자본 규모로도 충분히 시장성 있는 AI 개발 방향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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