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하워드 막스(78)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뉴욕 오크트리 사무실에서 열린 한국 언론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2.2 photo.yan.co.kr [에이미 메이즈(Amy Mayes) 포토그래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장서 빠져나갈 시점 아냐…성향따라 주식 비중 하향은 가능”
“주식·채권 ’60대 40′ 투자전략은 옛날 개념…이젠 채권 40% 투자 안해”
“中,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비트코인은 내재가치 없는 투기대상”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월가에서 ‘투자의 구루(스승)’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하워드 막스(78)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미국 주식의 가격이 비싸지긴 했지만 투자자들이 광기를 보이는 ‘거품’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과거 수십 년간 이어진 금리 하락기가 끝나는 대변환(sea change)의 시기를 맞아 과거에 잘 들어맞았던 투자전략이 앞으론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는 만큼 투자전략도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하이일드 채권 등 신용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투기적 자산이어서 진지한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순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오크트리 캐피털 사무실에서 열린 한국 언론과의 공동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계엄령 사태 등으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 한국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고 일반론 관점에서 말하겠다. 최근 사태로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한국의 정치 상황은 유동적이다. 한국의 경우 전례 없는 계엄령 선포와 대통령 탄핵, 체포 등을 겪으며 불확실성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나의 한국 내 소식통들의 조언을 기반으로 이해한 바로는 한국의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한국의 제도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
특히 현재 한국 정부가 경제부총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긍정적이다. 그리고 한국 중앙은행 총재의 조언도 함께 한다는 점에 긍정적이다. 경제에 대한 깊은 고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신한다.
한국에 대한 내 견해는 항상 매우 긍정적이었다. 한국을 15년 가까이 방문해 왔고, 고객들도 있으며, 비즈니스 외에도 좋은 친구들이 있다. 한국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한국은 매우 잘 운영되는 나라이며, 교육 수준이 높고, 강한 윤리를 가지고 있으며, 매우 효율적이고 체계적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한국 증시에 투자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며, 투자 대상을 계속 물색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투자를 전혀 꺼리지 않으며, 한국의 증권거래소와 기업들이 투자자 중심의 시대로 진입해 주주가치를 창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믿는다. 저는 이런 변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은 어떤가.
▲ 미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망이 더욱 불확실해졌다. 새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말하자면 ‘틀을 벗어난 사고’를 한다고 할 수 있겠다. 다른 사람들이 고려하지 않았거나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검토하고 실행할 것이다. 과거에는 확률이 극단적으로 낮은 사건(tail event)이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들이 이제는 가능해진 것이다.
지금 대통령은 더욱 전술적이고 협상가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가 하겠다고 말하는 것들은 실제로 할 수도 있고, 협상 카드일 수도 있으며, 허세일 수도 있다.
그는 성과와 성공적인 협상, 그리고 문제 해결에 매우 집중하는 성향을 보인다.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특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하고, 양보를 얻어내고, 승리를 선언하는 게 그의 패턴이 될 것 같다. 내가 메모에서 자주 쓰는 말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해선 더욱 강조하고 싶다. ‘두고 봅시다’ (We will see)
— 뉴욕증시의 거품 가능성은.
▲ 내가 쓴 메모를 보면 나는 지금 우리가 거품 상태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품의 주요 요소 중 일부가 현재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주가가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매그니피센트7’의 주가는 꽤 높은 수준이다. 지난 2년간 시장은 특별히 좋은 성과를 보였다.
JP모건의 자료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2년 연속 20% 이상 상승한 경우가 역사적으로 단 네 번밖에 없었는데,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일반적으로 그 이후 2년간은 상승하지 않았고,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두고 봅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현 주가수익비율(PER) 수준인 약 22배에서 S&P 500 지수를 매수했을 때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2% 사이였다.
낙관론자들은 항상 미래가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역사적 패턴에서 벗어나는 것을 고려할 때 그 주장이 맞을 확률이 낮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내 의견은 거품의 행태적, 심리적 측면이 현재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품은 단순히 높은 가격의 시기가 아니다. 그건 강세장이라고 부른다. 거품은 일시적인 광기의 시기로, 사람들이 특정 자산군에 눈이 멀어 결점은 전혀 보지 못하고 무한한 잠재력만 보는 때를 말한다. 잠재력이란 것은 보통 무한하지 않다.
사람들은 지금 매수하지 않으면 주가가 더 오를 텐데 그걸 놓쳤다며 자신을 책망하게 될 것이고, 돈을 벌고 있는 친구들과 경쟁자들을 보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는 매우 강력한 힘인 질투와 후회를 자극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요소들이 현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요점은 거품기에는 사람들이 공정가격에 대한 합리적 사고를 멈춘다는 것이다. 포모(FOMO·뒤처지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어떤 가격도 너무 높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보통 거품은 선례가 없는 새로운 것을 둘러싸고 형성된다. 오늘날의 경우 선례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시장에서 빠져나가라’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만약 여러분이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거나, 걱정이 많은 편이거나, 은퇴가 시점이 가까워진 상황이라면, 포트폴리오의 공격성을 다소 낮출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0년간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이 3%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일드 채권을 보면 오늘 아침 기준으로 평균 수익률이 7.2%이다. 앞으로 몇 년간 주식이 하이일드 채권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는 증거가 아닌 단순한 관성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위험회피적이고 뭔가 조치를 취하고 싶다면, S&P 500에서 신용자산 투자(credit investment)로 자금을 옮기는 게 전혀 불합리한 선택이 아닐 것이다.
— 연준이 다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나고 보나.
▲ 2023년 말 당시 시장 컨센서스는 2024년 중 여섯 번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0.50%포인트 더 높은 수준(4.25∼4.50%)에 있다.
마지막 인플레이션 하락 구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여러 추세가 세계에서 진행 중이다. 세계화가 저물고 있고, 미국이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재정적자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고 나 자신의 경제 전망을 포함해 어떤 경제 전망도 맹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다. 물론 쉽게 하락하지도 않을 수 있다. 이는 금리 인하의 여지가 더 이상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이유가 있다고 보지는 않으며, 따라서 금리 인상을 예상할 만한 이유도 없다고 본다.
—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 미국 시스템에서 가장 나쁜 것은 재정적자이다. 미국은 한도가 무제한이고 청구서도 받지 않는 신용카드를 가진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 만약 청구서가 언제 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면, 무엇이 청구서를 오게 만들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청구서가 언젠가 온다면 그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단일 문제다.
—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에도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하나. 어떤 섹터에 주목하나.
▲ 그렇다.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경제와 경제적 진보는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을 만족시키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그가 경제적 성공을 거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념을 제쳐두고 보면, 이런 요인들이 중국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본다.
또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조 바이든 행정부보다 중국에 더 큰 위협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의 경우 자극받았을 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아무도 단정 지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것이라고 본다.
만약 베팅을 해야 한다면 향후 6개월 이내에 미중 관계의 진전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보겠다. 트럼프는 자신이 그토록 즐기는 승리 선언을 하게 될 것이고, 긴장은 완화될 것이다.
중국은 매년 약 5%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필요하다. 나는 중국이 내수와 이란, 북한, 러시아로부터의 수요만으로는 5%의 GDP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본다. 5% 성장을 위해서는 나머지 세계로부터의 수요도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이 나머지 세계와 적대적 관계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내 개인적인 낙관적 편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전통적인 투자전략은 주식 60%, 채권 40%이다. 대변환을 고려했을 때 어떤 전략을 추천하나.
▲ ’60/40 전략’은 매우 오래된 개념이다. 내가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50여년 전 얘기다. 이제는 아무도 60/40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이른바 대체투자라는 범주가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이 여기에 매우 큰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모펀드 같은 것들이 예다. 이제 거의 아무도 채권에 40%나 투자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주식과 같은 소유권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꽤 오랫동안 매우 좋은 성과를 거뒀다. 물론 사람들은 최근의 역사를 보고 이를 미래로 연장하려는 편향을 가지고 있다. 나는 단지 앞으로는 그렇게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쁠 거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단지 예전만큼 좋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다.
— 앞선 투자자 메모에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지출 절감 노력을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인상을 받았다.
▲ 그것은 내 희망이지 전망은 아니다. 예산의 약 75~80%가 국방비, 이자지급, 사회보장제도에 쓰인다. 이 중 어떤 것도 쉽게 삭감하기 어렵다. 따라서 나는 낙관적이지 않다. (일론 머스크의) 비즈니스적 접근방식이 정부 운영을 조금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계속해서 재정적자를 겪을 것이며, 이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가장 큰 희망은 재정적자가 GDP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더 천천히 증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낙관적으로 되기는 매우 어렵다.
—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횟수를 어떻게 전망하나.
▲ 알다시피 나는 예측을 하지 않는다. 올해 남은 기간 금리 인하가 몇 차례 있을 것 같고, 금리는 약간 하락할 것 같다. 금리 인하 과정이 끝날 때쯤이면 기준금리가 3.0% 내지 3.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올해 안에는 그 수준까지 가지 않을 것 같다.
— 채권 10년물과 30년물 어떤 만기 투자를 추천하나.
▲ 내가 추천해야 한다면 30년물은 사지 않을 것 같다. 우선 30년물이 많이 없기도 하고, 30년이라는 기간은 너무나 큰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오늘 기준으로 10년물은 4.7% 정도의 수익률을 제공하는데, 이 정도면 좋은 수준이다. 나쁘지 않은 투자이지만, 유연성을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10년이 최대이고, 나라면 5년물을 선호할 것 같다.
참고로 장기물을 선택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더 오랫동안 해당 금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보통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하기 때문에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요즘은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하지 않고) 거의 평탄한 상태라서 후자는 동기가 되지 못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 기업, 주식, 채권, 부동산과는 달리 가상화폐는 어떠한 수익도 창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익을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매길 수가 없다. 비트코인의 내재 가치가 얼마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들은 투기성 화폐, 투기성 투자이다. 내재적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내재 가치가 얼마인지 말할 수도 없고, 10년 후의 내재 가치가 얼마가 될지도 알 수 없다. 여러분이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이유는 단지 미래에 누군가가 더 높은 가격에 사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투자는 하지 않는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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