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박현] 인공지능(AI)은 이제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기술이 됐다. 2023년 11월 OpenAI의 ChatGPT-3.5가 출시된 이후 AI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2024년 미국은 5천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Stargate)’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AI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 역시 이에 뒤처지지 않고 AI 기술 경쟁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스타게이트 발표 며칠 후, 중국 항저우 출신 엔지니어 량원펑(Liang Wenfeng)이 개발한 AI 모델 딥시크 R1이 출시되면서 글로벌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딥시크 R1은 첫날부터 앱스토어 1위를 기록했으며, 기존 빅테크 AI 모델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95% 낮은 비용으로 개발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AI 하드웨어 제조사 엔비디아(NVIDIA)의 주가는 20% 하락하며 수백억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OpenAI는 즉각 반박에 나섰지만, 딥시크의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AI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 중국 vs 미국: AI 패권 경쟁 심화 ‘차세대 AI 누가 이끌까?’
중국의 AI 기술 개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2017년, 중국 공산당은 ‘차세대 AI 개발 계획(New Generation AI Development Plan)’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AI 선도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했다. 2024년에는 ‘AI 역량 강화 행동 계획(AI Capacity-Building Action Plan for Good and for All)’을 발표하며 글로벌 AI 격차를 줄이고 AI 기술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내놓았다.
특히 중국 정부는 AI 개발을 민간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7년부터 중국 정부는 ‘국가 AI 팀(National AI Team)’을 구성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화웨이 등 15개 대형 AI 기업을 지원해왔다. 딥시크과 같은 혁신적인 스타트업들도 이러한 AI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암호화폐 및 디지털 자산 시장을 통합한 AI 혁신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암호화폐 차르(Crypto Czar)’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가 임명되면서 AI와 블록체인 기술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이 AI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이제 AI 패권 경쟁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의 차세대 기술 패권을 건 ‘AI 레이스(AI Race)’로 확산되고 있다.
# 딥시크 R1의 혁신적 기술, 경쟁사도 주목
딥시크 R1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AI 모델과 차별화된 혁신적인 학습 기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연구 논문에 따르면, 딥시크은 두 가지 핵심 기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
– 반복 학습(Iterative Training), AI 모델이 스스로 출력을 검토하고, 오류를 학습한 뒤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대규모 데이터 훈련 방식보다 연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전문가 조합 모델(Mixture of Experts, MoE) 아키텍처, 모델을 여러 개의 ‘전문가(Experts)’ 그룹으로 나눈 뒤, 특정 질의가 들어오면 해당 전문가 그룹만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연산을 줄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 AI 모델이 요구하는 막대한 연산 자원과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 딥시크의 비용 논란: 진짜 95% 절감됐을까?
딥시크 R1이 기존 AI 모델 대비 95% 낮은 비용으로 개발되었다는 주장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전 모델인 딥시크 V3의 훈련 비용은 약 550만 달러였지만, R1의 정확한 개발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OpenAI는 딥시크이 ‘지식 증류(Knowledge Distillation)’ 기법을 사용해 ChatGPT의 학습 데이터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식 증류는 더 작은 모델이 기존 대형 모델의 출력 데이터를 학습하여 성능을 개선하는 기법으로, 비용을 줄이면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딥시크이 ChatGPT의 데이터를 직접 활용했다면, 이는 OpenAI의 서비스 약관을 위반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딥시크과 중국 정부가 실제 훈련 비용을 축소 발표했을 가능성도 있다. 낮은 비용을 강조함으로써 서구 AI 시장의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경쟁사의 시장 가치를 떨어뜨리는 전략적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AI 기술 경쟁이 단순한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AI 패권을 두고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 AI 발전의 핵심은 ‘연산 자원 확보 전쟁’ 웹3에서도 관심 모아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막대한 연산 자원(GPU 등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이 필요하다. 향후 인공지능 일반화(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 혹은 초지능(AI Superintelligence) 시대가 도래할 경우, 컴퓨팅 자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탈중앙화 컴퓨팅 네트워크가 주목받고 있다. 아이오넷(io.net, IO)과 같은 프로젝트는 130개국 이상에 걸친 GPU 네트워크를 제공하여 AI 개발자들에게 빠르고 저렴한 연산 자원을 공급하고 있다. io.net은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보다 90% 저렴한 비용으로 AI 모델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 즉, AI 기술 경쟁에서 연산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가 핵심 승부처가 되고 있다.
딥시크 R1의 등장은 AI 패권 경쟁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가 간 전략적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효율적인 연산 자원 확보, 비용 절감, 그리고 AI 모델의 성능 최적화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국가 AI 팀을 통해 AI 산업을 주도하려는 가운데, 탈중앙화된 컴퓨팅 인프라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향후 AI 시장이 협력과 혁신을 통해 발전할지, 아니면 패권 경쟁 속에서 양극화된 시장이 형성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AI가 인류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다. AI 패권을 차지하는 국가와 기업이 미래 산업 지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AI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금부터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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