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규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쏟아 올린 무역 관세 신호탄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집어삼켰다. 전 세계에서 통상 분쟁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주식시장은 물론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까지 우후죽순 무너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3일 가상자산 시황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2시 27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일대비 6.20% 떨어진 9만3636.8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발표 직후 20% 가까이 떨어진 비트코인은 9만달러 지지선을 시험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9만 달러가 무너지면 8만달러까지 추가 조정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알트코인 동반 하락…이더리움·리플 최저점 경신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주요 알트코인들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20% 가까이 떨어진 2499.27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 중이다. 리플은 23.40% 하락해 2.22달러까지 밀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일부터 캐나다산 물품에 25%(석유와 천연가스는 10%), 멕시코의 모든 제품에 25% 관세, 중국 제품에는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미국은 캐나다·멕시코·중국과 연간 1조6000억달러(약 2352조원) 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다. 이번 관세 부과로 무역 긴장이 심화되면서 투자자들 불안감이 시장에 타격을 준 셈이다. 해당 조치는 오는 6일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급락…주식·외환시장도 타격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디지털자산 시장 가치는 3조1200억달러(약 4581조원)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하루 동안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5000억 달러(약 735조원)이 사라졌고, 시총 상위 20위권 내 암호화폐들이 줄줄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개 암호화폐를 추종하는 코인데스크20지수는 같은 시간동안 19%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주식시장도 관세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다우지수 선물은 1.52% 하락했으며, S&P500 선물과 나스닥100 선물은 각각 2%, 2.7% 하락 중이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자동차 수출 타격 우려로 2.1% 하락했고, 대만 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5% 가까이 급락했다.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으며, 코스피는 2.73% 하락한 2448.63, 코스닥은 3% 넘게 떨어지며 700선에 머물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도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관세 타격이 큰 캐나다 달러 가치는 2003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반대로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현물지수는 1% 이상 상승하며 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멕시코 페소 역시 2% 이상 하락했다.
# 시장 불안 가중…추가 조치 가능성 시사
시장에서는 관세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것이 끝이 아니다. 관세는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해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방크 외환 리서치 총괄은 “이번 조치는 시장 예상보다 세 배 강력한 수준이며 이제 시장은 무역전쟁 위험 프리미엄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토빈 마커스 울프 리서치 미국 정책·정치 담당 책임자는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금융시장에 거친 하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 관세전쟁이 비트코인에는 유리할 수도
일각에선 이번 관세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이끌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 창업자는 “장기적으로는 무역 전쟁이 달러 약세를 초래해 비트코인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프 박 비트와이즈 알파 전략 책임자도 “장기적으로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비트코인 가격을 폭발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달러 약세와 미국 국채 수익률 하락이 발생하면,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디지털자산시장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지수는 이날 44점(두려움)으로 전날(60점) 대비 대폭 하락했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 수록 매수 경향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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