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트럼프발 관세 부과 여파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시장은 급락했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원인으로 보인다.
3일 오후 3시50분 기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BTC)은 지난 24시간 전 대비 6.41% 하락한 9만3990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ETH)도 같은 기간 19% 하락했다.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선물 시장의 청산 규모도 커졌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디지털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된 선물 청산 금액이 21억8000만달러(약 3조2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번 관세 조치는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비트코인을 포함해 주요 20개의 디지털자산을 지수화한 코인데스크20도 14% 넘게 하락했다. 특히 이더리움(ETH)과 리플은 각각 5억9129만달러(약 8682억달러)와 1억1397만달러(1675억원)가 청산됐다. 이에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 영향력이 더욱 확대됐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1일 관세 부과 행정명령을 내린 이후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60%를 넘어섰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전체 디지털자산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국제 비상 경제 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오는 4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관세는 수입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관세가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고 기업들은 증가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달러 수요가 증가했다. 반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과 디지털자산 시장은 일제히 하락했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 부과와 강경한 무역 정책은 단기적으로 글로벌 자산 시장에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주식을 비롯한 전통 금융시장에 비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더욱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증가된 상황에서 관세 발표로 인해 불확실성이 가중됐다”며 “단기적으로는 디지털자산 시장이 하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관세가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문제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에 대해 협상용이 아니라고 했지만 자동차와 에너지업체 등 주요 기업들의 반발을 고려할 때 이번 관세 부과가 장기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도 이번 관세부과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경제에도 충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2023년 기준 미국의 전체 수입액 중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서의 수입액은 약 1조3000억달러(약 1905조원)로 전체의 약 43%를 차지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자동차 산업 등 주요 산업이 캐나다·멕시코·미국 간 무역협정(USMCA)을 기반으로 긴밀한 공급망을 구축해왔다”며 “이번 관세 조치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프 박 비트와이즈(BitWise) 알파 전략 책임자도 3일(현지시각) 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최종 목표는 기축통화의 이점을 유지하면서도 달러 고평가와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트럼프는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10년물 국채 금리를 낮추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세는 미국뿐만 아니라 상대국에도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충격을 주기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재정 정책을 펼쳐 각국 통화가치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비트코인 수요는 증가하며, 가격 상승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해 김동혁 리서처는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기업들의 디지털자산 회계 기준 개선과 증권성과 관련한 친디지털자산 규제 도입 등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