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렉트(Rekt)에 의하면 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젝트 토르체인(THORChain)이 대규모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핵심 분산형 거래소(DEX)는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실험적으로 도입한 대출 프로토콜이 2억 달러(약 2조6000억 원) 규모의 부채 문제를 일으키며 사용자 자금이 동결됐다.
# 대출 실험이 부른 위기…90일 유예 조치
토르체인은 블록체인 간 자산 교환을 지원하는 DEX로, 하루 수백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해왔다. 그러나 자체 대출 프로토콜 ‘토르파이(THORFi)’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토르파이는 기존 DEX 위에 구축된 실험적 대출 시스템으로, RUNE을 담보로 한 레버리지(차입 투자) 구조를 도입했다. 문제는 대출 부채가 약 9700만 달러에 달하는 반면, 이를 상환할 예치 자산(세이버 및 합성 자산)은 1억200만 달러 수준으로 불균형을 보였다는 점이다. 여기에 토르체인 네트워크 외부에서 유입된 유동성이 1억700만 달러 수준으로 유지되며 불안정한 구조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RUNE 가격 하락이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담보 자산 가치가 하락하자 상환을 위해 추가적인 RUNE 발행이 필요해졌고, 이는 다시 토큰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토르체인 밸리데이터(검증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긴급 조치를 발동했다. 대출 및 출금 기능을 90일간 동결하고, 그 사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자금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프로토콜이 제시한 해결책을 신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 또 다른 ‘테라 사태’?…위기 조기 차단했지만 불안 지속
이번 사태는 2022년 붕괴한 테라 루나 사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스모시스(Osmosis) 공동 창업자인 서니 아가왈(Sunny Aggarwal)은 이번 사태를 두고 “테라 사태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테라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유지하기 위해 LUNA를 대량 발행하는 구조였고, 가치 하락이 시작되자 되돌릴 수 없는 악순환에 빠졌다. 토르체인의 대출 구조 또한 RUNE 가격이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설계됐기 때문에, 가치 하락이 시작되면서 시스템이 스스로 붕괴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토르체인 팀은 테라와는 다르게 조기 대응에 나섰다. 50% 이상 하락한 RUNE 가격이 대출 시스템에는 타격을 줬지만, 핵심 기능인 DEX는 여전히 24시간 동안 2억1900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하며 정상 운영 중이다.
토르체인은 현재 동결된 자산을 토큰화해 유동성을 제공하고, 수익을 재분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신뢰 기반의 DeFi, 실험이 남긴 교훈
이번 사태는 DeFi의 혁신성과 동시에 위험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토르체인은 신뢰할 수 없는(Trustless) 금융을 지향하며 성장했지만, 결국 사용자들은 팀의 위기 대응 능력을 신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DeFi가 전통 금융과 차별화되는 점은 자동화된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운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계 미흡과 시장 변동성 앞에서 이러한 시스템은 취약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토르체인의 사례는 새로운 금융 실험이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DeFi 업계가 실험적 모델을 도입하기 전, 충분한 리스크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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