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진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등에 대한 대규모 관세 조치 예고와 상대국들의 맞불 전략에 다시 요동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발 관세 정책이 우리나라에 불똥이 튈 경우 원·달러의 1500원대 진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고환율 지속 우려에 통화 완화에 나선 한은의 금리 고민도 깊어졌다. 글로벌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우리 수출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가운데 환율 급등에 따른 물가 압력이 한은의 금리 인하를 지연시킬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일 원·달러는 전거래일 대비 14.5원 오른 1467.2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3일(종가 1470.8원) 이후 최고치로 지난달 31일(+21.4원)에 이어 이틀째 급등세다. 1466.0원에 장에 나선 환율은 장중 1472.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글로벌 관세 전쟁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지며 달러값을 높인 결과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 이달 4일부터 캐나다 및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를 강행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상대국들은 관세 보복을 천명하면서 갈등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억550억 캐나다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이 25% 관세를 부과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시사하고,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대응을 선언하며 맞불을 놨다.
이 결과 금값과 달러값이 치솟는 등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졌다. 인베스팅 닷컴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각) 4월 인도분 국제 금값 선물은 트로이온스당 2846.47달러로 치솟았고, 달러지수는 전날 109.89까지 치솟으며 110선을 넘봤다.
무역 의존도 높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 우려도 높아지며 증시에서는 외국인 이탈로 나타났고 이는 그대로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전날 코스피는 48.63포인트 내린 2468.74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877억원과 25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추가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환율이 한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시행될 경우 강달러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2월 환율은 1400원 후반에서 움직이며 상단은 1500원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에 대한 관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철강과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반도체 관세 확대 언급이 나오면 원·달러는 1500원대로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보고서를 2월 원·달러 환율 고점 전망치를 기존 1460원에서 1500원으로 조정하면서 “향후 환율 전망은 무역분쟁 시나리오에 종속되며,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고민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경제만 보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고환율에 인하 숨고르기에 나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환율은 현 수준인 1470원대다.
고환율은 물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도 한은의 통화 완화를 지연시키는 요소다. 지난달 IBK기업은행 연구소는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3개월 후 최대 7.0%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이틀 만에 40원 급등하며 기록 중인 1470원대는 금리 인하에 부담되는 숫자”라면서도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2월 인하를 미루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과 함께 한은의 인하 속도 조절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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