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해온 ‘SPDR S&P500’(SPY)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낮은 운용보수를 앞세운 ‘뱅가드 S&P500’(VOO)로 투자자들의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시가총액 격차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
SPY, 대규모 자금 유출… VOO와 격차 좁혀져
4일(현지시간)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ETF 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상품은 VOO로, 총 212억78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반면, SPY에서는 133억6240만 달러가 순유출되며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ETF로 기록됐다.
이로 인해 VOO의 시가총액은 6202억 달러까지 증가해, 현재 1위인 SPY(6302억 달러)와의 차이가 불과 100억 달러로 좁혀졌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이르면 2월 내로 VOO가 SPY를 제치고 미국 ETF 시장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SPY는 1993년 출시된 세계 최초의 ETF로, 대표적인 S&P500 지수 추종 상품이다. 그러나 운용보수가 0.09%로, VOO(0.03%) 및 ‘아이셰어즈 코어 S&P500’(IVV·0.03%)보다 3배 높아 장기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점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뱅가드, 운용보수 인하… ETF 시장 수수료 경쟁 가속
VOO를 운용하는 뱅가드는 3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총 87개 뮤추얼펀드 및 ETF 상품의 운용보수를 평균 20%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FTSE 선진국시장 ETF’(VEA)의 수수료는 0.06%에서 0.03%로 △‘토탈 국제주식 ETF’(VXUS)는 0.08%에서 0.05%로 낮아진다. 뱅가드는 이번 수수료 인하로 2025년 한 해 동안 투자자들이 약 3억5000만 달러(약 50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살림 라지 뱅가드 CEO는 “창립 이후 2000회 이상 투자 비용을 낮춰왔으며, 이번이 역대 최대 규모의 수수료 인하”라며 “비용 절감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로 증가해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ETF 시장 1위 경쟁 본격화… SPY, 경쟁 대응할까
SPY의 운용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도 시장 경쟁 심화에 대응해 2023년 S&P500 기반 상품인 ‘SPDR 포트폴리오 S&P500’(SPLG)의 운용보수를 0.02%까지 낮췄다. 그러나 SPY 자체의 운용보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SPY가 높은 유동성과 오랜 역사로 상징성을 지닌 ETF지만, 장기적인 비용 절감 추세에 따라 VOO와 IVV로의 이동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모닝스타의 모아스 알마하네 애널리스트는 “VOO는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해 장기적으로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할 것”이라며 “2023년 ETF 투자 등급 평가에서 VOO에는 ‘골드’, SPY에는 ‘실버’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ETF 시장의 1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SPY가 시장 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VOO가 조만간 SPY를 넘어설 경우, 글로벌 자산운용사 간의 수수료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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