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기업들과의 법적 분쟁을 담당했던 소송 담당자를 교체했다. 업계와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SEC가 암호화폐 관련 소송을 주도했던 최고 소송 담당자를 전격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SEC는 호르헤 텐레이로(Jorge Tenreiro 사진)를 법률팀에서 정보기술(IT) 부서로 전보 조치했다. 텐레이로는 전임 SEC 위원장 개리 겐슬러에 의해 발탁돼 SEC의 암호화폐 규제 전략을 이끈 인물이다.
텐레이로는 코인베이스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및 플랫폼과의 소송을 담당해왔다. SEC는 암호화폐 관련 회계 지침을 작성했던 또 다른 담당자(변호사)도 재배치했다.
SEC는 이번 인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SEC와 암호화폐 업계 간의 대표적인 소송전의 하나인 리플 랩스(Ripple Labs) 소송에 텐레이로가 관여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SEC는 리플 랩스 1심 판결에서 부분 패소한 후 항소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SEC가 암호화폐 업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대규모 정치자금 후원을 통해 친(親) 암호화폐 성향의 정치인들을 지원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암호화폐 지지 의사를 밝히며 관련 규제 완화를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자체 디지털 토큰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는 행정명령을 통해 새로운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을 지시했다.
SEC의 텐레이로 교체는 정권 변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SEC의 소송 책임자는 정무직이 아닌 직책이지만, 현재 공화당이 주도하는 SEC는 그를 IT 부서로 이동시키며 사실상 권한을 박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텐레이로는 전임 SEC 위원장 게리 겐슬러 체제에서 암호화폐 단속을 주도했다. SEC는 암호화폐가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논리를 앞세워 코인베이스(Coinbase) 등 주요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왔다. SEC는 일부 사건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아냈지만,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주요 소송은 여전히 계류 중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EC가 앞으로 암호화폐 기업들과의 소송을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하거나, 일부 사건을 취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기존 SEC 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디지털 자산의 거래 방식이 전통적인 증권 시장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법률 전문가 제이슨 고틀리브(Jason Gottlieb)는 “SEC가 법원을 통해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며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는 방식이 더 나은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텐레이로는 강력한 소송 담당자였지만, 윤리적으로 행동했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SEC는 암호화폐 규제 전략을 새롭게 정비하고 있다. 최근 마크 우예다(Mark Uyeda) SEC 위원장 직무대행은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위원(공화당 추천 위원)을 책임자로 하는 암호화폐 정책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피어스 위원은 SEC가 강압적인 집행 조치를 남발했다며 강한 비판을 가했다.
SEC는 암호화폐 발행 기업이 기본적인 투자자 보호 정보를 공개할 경우, SEC의 승인 없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한시적 면제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SEC는 최근 암호화폐 수탁(Custody) 관련 회계 지침을 철회하며 은행들의 디지털 자산 관리 문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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