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및 스테이블코인 친화적 정책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6일(현지시각) 유럽중앙은행(ECB) 이사 피에로 치폴로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 의회와 이사회가 2025년 여름 이전에 디지털 유로 관련 법안을 완성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규정은 같은 해 11월까지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정치권이 이 문제에 점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며 “디지털 유로 도입 과정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적 절차는 복잡하며 여러 가지 사안이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치폴로네는 특히 미국의 스테이블코인이 유럽 은행권에서 자금을 유출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프랑스 소비자가 유로 예금을 유지하는 대신 테더(USDT)나 서클(USDC)과 같은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자금을 보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친 스테이블코인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는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합법적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개발과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빌 해거티는 미 의회가 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에게 강력한 법적 기반을 제공하는 ‘GENIUS 법안’을 100일 이내에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치폴로네는 이미 미국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장악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앞서 ECB 보고서에서 “유럽 국가들이 자국 결제 시스템보다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 같은 미국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ECB는 디지털 유로를 통해 미국이 지배하는 금융 시스템에서 유럽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