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은행 예금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지면서 두 달새 시중은행 예금에서 26조원 가량의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은행에서 빠져나간 돈이 주식, 금, 코인 시장 등 다른 투자처로 흐르면서 ‘머니 무브(자금이동)’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월말 정기예금 잔액은 922조2998억원으로 한 달간 4조7918억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21조1285억원 빠져나간 뒤 두 달째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은행 예금이 큰 폭 빠진 것은 예금금리가 지속 하락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지난해 말 기준 연 3.18%로 1년 전(연 3.88%p) 대비 0.7%p 떨어졌다. 이달 기준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7%로 2%대로 내려간 상황이다.
뭉칫돈은 다른 투자처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금 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5일 금 거래대금은 1088억3637만원으로 거래소 금 시장이 개장한 지난 2014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금 투자 상품인 ‘ACE KRX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7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4거래일 만에 1028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8035억원을 돌파했다. 골드바와 순금 제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한국금거래소에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전날 한 때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식시장 거래도 활발해졌다. 이달 들어 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8668억원으로 전월(9조6178억원) 대비 1조2490억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12월(8조7353억원)에 이어 지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도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저금리를 대신할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예치금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8조원을 넘어섰는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지속 상승한 점을 감안할 때 예치금 규모는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1억원을 돌파한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1억 5000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로 갈 곳 잃은 돈이 좀 더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아 움직이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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