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11곳이 사업 영위를 위한 사업자 신고 갱신에 나서지 않으면서 가상자산사업자 면허가 박탈됐다. 한층 엄격해진 국내 규제 환경과 제한된 사업 모델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업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가상자산 사업자의 감소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7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공개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현황에 따르면 11개의 업체가 신고 유효기간이 만료되며 가상자산사업자 지위를 상실했다. FIU가 발표한 사업자 명단에서 제외된 업체는 △지닥(피어테크) △프로비트(오션스) △후오비코리아(후오비) △플랫타익스체인지(플랫타이엑스) △한빗코(한빗코 코리아) △비트레이드(블록체인컴퍼니) △코인엔코인(코엔코코리아) △캐셔레스트(뉴링크) △텐앤텐(텐앤텐) △에이프로빗(에이프로코리아) △마이키핀월렛(씨피랩스)이다.
이번 가상자산사업자 면허가 대거 상실되면서 현재 가상자산사업자 수는 총 31곳이지만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가상자산사업자 면허 기간은 총 3년으로 인피닛블록과 디에스알브이랩스(DSRV)처럼 최근 신고 수리증을 받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업비트, 빗썸을 포함해 대부분이 면허 갱신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재 갱신 신고서를 교부받은 가상자산 사업자는 코인마켓 거래소 프라뱅 한 곳뿐이다. 더불어 일부 사업자는 폐업을 결정하거나 면허 갱신을 포기한 상태여서 사업자 수 감소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 2022년 9월 가상자산사업자 인가를 받은 코인빗은 1년 만에 영업을 종료했지만, 여전히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4월 갱신 신청을 앞둔 페이코인도 면허 갱신을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페이코인은 “국내에서는 여전히 결제 사업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사업자 유지를 위한 인적·물적 자원 부담이 회사 역량을 분산시키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갱신 신고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페이코인 운영사인 페이프로토콜AG는 2021년 9월 FIU에 지갑·보관업자로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접수했고, 2022년 4월 승인받았다. 하지만 당시 당국은 페이프로토콜에게 지갑・보관업이 아닌 매매업자로 변경 신고할 것을 요구했다. 페이코인의 사업 구조상 이용자가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다날이 해당 가맹점에 원화로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이유에서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매매업자는 시중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이에 페이코인은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를 위해 금융당국이 요구한 실명인증 가상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했지만 이에 실패하며 국내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후 페이코인은 싱가포르 결제 시장에 진출하며 해외 결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 실명 계좌 문턱에서 좌절한 페이코인 사례처럼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당국의 높은 규제에 막혀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자금세탁 방지에 반드시 실명은행 계좌가 필요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거래소를 제외한 디지털자산 업계가 전체적으로 침체된 상태임을 고려하면 하루빨리 업권을 위한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도 “미국에는 거래소뿐만 아니라 커스터디, 지급 결제, 자산 운용사 등 다양한 디지털자산 사업자가 존재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거래소 중심의 시장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거래소 외의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 환경은 여전히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시장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 현실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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