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50~60대 창업자에 투자하는 이유요? 나이는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이가 많을수록 창업에 불리하다는 편견을 깨는 투자자가 등장했다고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 카테리나 스트로포니아티(Katerina Stroponiati)는 “나이가 많을수록 더 나은 창업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50세 이상의 창업자만을 지원하는 펀드를 설립했다.
‘젊은 창업자’ 선호하는 벤처업계… 그러나 현실은?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오랫동안 젊은 창업자들을 선호해왔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20~30대의 창업자들에 의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뛰어난 기술력과 에너지를 가진 젊은 인재들이 혁신을 주도한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이러한 믿음을 뒤집고 있다. MIT, 노스웨스턴대, 펜실베이니아대, 미 국세청(IRS)이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창업한 수백만 개의 미국 기업을 분석한 결과 평균 창업자의 나이는 42세였다. 더욱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창업자는 중년 이상의 연령대에서 나왔다.
경험·네트워크·통찰력… 나이가 창업의 강점
스트로포니아티는 이러한 연구 결과에 착안해 ‘브릴리언트 마인즈(Brilliant Minds)’라는 펀드를 설립했다. 이 펀드는 최소 50세 이상 창업자들에게 투자한다.
그녀는 나이가 많은 창업자들이 가진 강점을 강조한다. △산업 경험 △강력한 인맥 △깊은 도메인 전문성 △위기 대응 능력 등이 젊은 창업자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장점이라는 것이다. 또한, “산업의 룰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혁신적으로 바꿔야 할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오히려 인간의 경험과 통찰력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자동화될 수 없는 ‘경험적 판단력’과 ‘관계 형성 능력’이 더욱 가치 있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0세 이후 창업도 늦지 않다”
이 펀드의 첫 번째 투자 대상은 51세에 창업한 브리짓 존스(Bridget Johns)였다. 그녀는 과거 티파니(Tiffany & Co.), 랑콤(Lancôme) 등에서 일하며 리테일 산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이후, AI 기반 맞춤형 선물 추천 플랫폼(To&From)을 창업했다.
존스는 창업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나는 20대 스타트업 창업자가 아니었다.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연봉을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랜 경험이 사업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믿었고, 결국 창업에 성공했다.
이처럼 스트로포니아티는 50대 이상 창업자들이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기존 벤처업계의 편견을 깨는 새로운 투자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녀는 “만약 당신이 50세 이상이라면, 세상은 당신에게 불리한 베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에게 베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