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기자]미국 금융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코인데스크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새롭게 임명한 관리들이 통화감독청(OCC)과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정책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OCC의 새로운 수장으로는 크레딧 유니온 감독기구의 전(前) 의장인 로드니 후드(Rodney Hood)가 임명됐다. 후드는 암호화폐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온 인물이다. 2021년 크레딧 유니온 기관장으로 있을 당시 “암호화폐가 크레딧 유니온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은행과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암호화폐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을 고려할 때, OCC가 2021년 발표했던 은행의 암호화폐 취급 지침이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OCC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연방준비제도(Fed)와 함께 은행들이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 반드시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놓았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 지침이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했다.
새로운 FDIC 수장 트래비스 힐(Travis Hill)도 은행과 암호화폐 산업 간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암호화폐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던 은행들이 규제 당국과 주고받은 모든 감독 문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암호화폐 회계 정책이 폐기되면서, 은행들이 암호화폐를 취급할 때 추가 자본 요구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CFPB,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에 존폐 위기
한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을 받고 있다. CFPB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암호화폐 기업의 소비자 보호 조치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 그러나 공화당은 CFPB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예산국장이었던 러스 보트(Russ Vought)를 CFPB 수장으로 임명하며 기관 운영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이에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은 CFPB의 약화를 반기며, X(구 트위터)에 “CFPB는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인베이스는 CFPB의 소비자 불만 접수 시스템에서 가장 많은 신고(약 8000건)를 받은 기업 중 하나였다.
과거 CFPB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권한을 확대하려 했으며, 1월에는 셀프 호스팅 월렛(Self-Hosted Wallet)에 대한 규제 추진을 시도했다. 그러나 CFPB의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해당 규제안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강력 반발…스테이블코인 법안 타협 가능성
민주당 의원들은 CFPB 약화 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의 민주당 대표인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소비자 보호국을 폐지하고 부유한 투자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민주당 대표인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 의원은 CFPB 보호를 위한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워터스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과 협력해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현재 공화당이 추진하는 법안과는 방향이 다소 다르다. 양당이 궁극적으로 상원에서 통과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법안에 합의하려면, 민주당이 요구하는 주 정부의 감독 권한 축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OCC와 CFPB의 정책 변화는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암호화폐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규제 완화가 금융시장과 소비자 보호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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