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지난해 말만해도 930원이던 엔화값이 어느새 950원대 중반으로 치솟았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로 엔화값이 반등한 반면 원화값은 2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빠진 결과다.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무역 정책도 원·엔 상승 재료다. 원화값은 철강과 반도체 수출 타격 등에 하방 압력이 높아진 반면, 엔화는 슈퍼 엔저에 따른 대미 무역 흑자에 되레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엔 환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해 1000원 가까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30분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 당 955.82원에 거래됐다. 이달 들어 상승폭은 17원에 달한다. BOJ의 금리 인상 기대가 짙어진 결과다. BOJ는 1월 단기 정책금리를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연 0.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추가 금리 인상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BOJ가 정책금리를 0.5%로 높인 후에도 물가상승률이 2%대를 유지하면 6개월 정도에 한번씩 점진적인 속도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나오키 BOJ 심의위원은 금융경제포럼에서 “기업 및 가계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대략 2% 수준에 도달하며 높아지고 있다”며 “BOJ는 명목상 중립으로 간주되는 수준, 즉 최소 1% 내외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말 달러 당 158엔이던 엔화값은 최근 151엔대 중후반으로 내려오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는 최근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원화값은 한국은행의 2월 금리 인하 기대에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1%대 중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은도 금리를 낮춰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전날 KDI(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우리 경제가 1.6%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봤다.
트럼프 무역 정책에 따른 부정적 여파도 상대적으로 일본이 적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대미 수출 흑자 원인으로 슈퍼 엔저가 거론되며 엔화값이 상방 압력을 받는 반면, 원화값은 트럼프 무역 장벽에 따른 수출 타격이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10% 관세 부과와 중국 반발에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 를 부과하기로 했고, 우리 주력 사업은 반도체와 자동차도 관세 대상으로 검토한다고 알렸다.
시장에서는 원·엔 재정환율이 당분간 950원대에서 움직이면서 BOJ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와 맞물리며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추가 긴축 가능성과 최근 미국의 금리가 빠지면서 엔화가 강세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BOJ 위원의 금리 인상 발언 등 미일 금리차가 크게 연동되며 원·엔은 한동안 950원에서 등락하며 단기간 내 960~970원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연말까지 엔화 강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1000원에 가까워 질 것”이라고 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월 원·엔 상단으로 961원을 제시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엔화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구체화되는 시기에 일본보다 한국의 타격이 더 큰 만큼 원화대비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봤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1000원까지 갈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둘 수 있지만, 10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게 본다”면서 “엔화값이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점에서 엔캐리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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