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규리 기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자신의 임기 안에서는 디지털화폐(CBDC)를 도입 계획은 없다고 강하게 선을 그었다. 연준이 CBDC 발행을 공식적으로 배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의회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CBDC 차단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11일(현지시각)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이 “미국이 중국과 같은 금융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며 “당신이 연준 의장으로 있는 동안 CBDC가 발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줄 수 있느냐”고 질문에 파월 의장은 “그렇다”라며 확실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 정부가 CBDC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셈이 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CBDC 개발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행정부 차원에서도 디지털화폐 개발을 지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디지털 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장려하지만, CBDC가 금융 안정성과 개인의 금융 자유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공화당 입장도 비슷하다.
만약 CBDC가 도입될 경우, 연방정부가 개인의 금융 거래를 감시하고 통제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CBDC를 통해 특정 거래를 제한하거나 금융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이 개인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어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CBDC 도입을 막기 위한 법안도 발의됐다. ‘CBDC 금지법(No CBDC Act)’은 연준이 의회 승인 없이 CBDC를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톰 에머 공화당 하원의원은 ‘반(反) 감시 국가법(Anti-Surveillance State Act)’을 발의하며 “CBDC는 미국 정부가 국민들의 소비 습관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달리, 글로벌 CBDC 개발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애틀랜틱 카운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34개국(전 세계 경제의 98%)이 CBDC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 중 66개국이 파일럿 프로그램 또는 본격적인 도입 단계에 있다.
특히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시범 운영을 확장하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인도, 브라질, 러시아도 CBDC 도입을 위한 연구와 실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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