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강화됐음을 보여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후 암호화폐와 뉴욕 증시 등 위험자산이 전반적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으며 미국 달러와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뉴욕 시간 12일 오전 9시49분 비트코인은 코인마켓캡에서 9만5437달러로 24시간 전 대비 1.72% 내렸다. 비트코인은 CPI 발표 후 9만4100달러까지 하락했다 다시 반등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은 3조1300억달러로 CPI 발표 전과 비교해 300억달러 줄었다.
이 시간 뉴욕 증시 S&P500지수는 0.6%, 나스닥지수는 0.4% 밀렸다. 다우지수도 0.8% 넘게 후퇴했다. 이에 비해 달러지수는 108.32로 0.33% 올랐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651%로 11.9bp 급등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6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63.8%로 전일의 50.3%와 비교해 13.5%포인트 상승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월 CPI는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3.0%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 전망치(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9%)를 웃도는 결과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4% 상승, 12월의 월간 상승률 0.2%를 크게 넘어섰고 시장 전망치도 상회했다. 근원 CPI는 전년 대비로는 3.3% 오르며 역시 예상치를 웃돌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전일 상원 청문회 증언에서 미국 경제의 양호한 체력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나온 이번 CPI 데이터는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 시점이 더 늦어지고 인하 폭도 축소될 가능성을 암시한다.
CNBC에 따르면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의 글로벌 주식 및 실물자산 책임자인 사미르 사마나는 “예상보다 높은 CPI 상승은 연준이 금리 인하가 아닌 관망세를 유지하도록 만들게 될 인플레이션 과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오랫동안 위험 요인으로 인식해 왔다”며 “위험 자산 시장이 추가 상승할 수는 있지만, 지난 2년보다 더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채권 및 유동성 솔루션 부문 공동 대표이자 공동 최고투자책임자인 휘트니 왓슨은 성명을 통해 “오늘 발표된 예상보다 강력한 CPI 지표는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연준의 신중한 접근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코인데스크는 이날 CPI 데이터는 시장이 2025년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는 잠재적 무대와 비트코인이 9만달러를 재시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지 출처: CME Fed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