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과거 규제 조치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각) AMB크립토가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규제 기조 변경 가능성
그동안 SEC는 개리 겐슬러 위원장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휘 아래 암호화폐 산업을 강도 높게 규제해왔다. △리플(Ripple) △코인베이스(Coinbase) △유니스왑(Uniswap) △이더리움 재단 △컨센시스(Consensys) △로빈후드(Robinhood) △크립토닷컴(Crypto.com) 등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은 웰스 노티스(Wells Notice)를 받으며 법적 공방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 SEC 위원인 헤스터 피어스는 “SEC가 암호화폐 기업들에 대한 과거 규제 조치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어스 위원은 “지난 몇 년간 SEC는 법 집행을 정책 수립 수단으로 사용했으며, 이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이었다”고 지적하며, “보다 정상적인 규제 도구를 활용해 정책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한 암호화폐 혁신을 지원하면서도 사기 및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 신설을 제안했다. 이는 겐슬러 체제의 강경한 규제 방식과는 대조적인 접근법이다.
내부 반발과 ‘겐슬러 사퇴’ 요구
겐슬러 위원장의 강경한 규제 기조는 암호화폐 업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24년 9월 24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 청문회에서 톰 에머 하원의원은 “겐슬러의 모순적인 규제 태도가 미국을 후퇴시켰다”며 “SEC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불법적인 위원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겐슬러는 이에 대해 “암호화폐는 전체 금융 시장의 작은 부분이지만, 사기와 문제 발생 비율은 비정상적으로 크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SEC 내부에서 규제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 전환?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에는 암호화폐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재선 캠페인 과정에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입장을 변화시키며 업계에 보다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피어스 위원은 그동안 비트코인 ETF 승인 및 과도한 법 집행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며 ‘크립토 맘(Crypto Mom)’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녀의 입장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SEC의 규제 전략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SEC의 암호화폐 규제 재검토는 정책 리셋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향후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의 법적 환경이 보다 명확해지고,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