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과 상호방문 포함 긴밀 협력”…푸틴 “분쟁 원인 제거해야”
2020년 7월 이후 첫 통화…수감자 교환 직후 논의 속도
(워싱턴·모스크바=연합뉴스) 조준형 강병철 최인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막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길고 고도로 생산적인 전화 통화를 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중동, 에너지, 인공지능(AI), 달러의 위력, 그리고 다른 주제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타스 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에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1시간 30분에 걸쳐 전화 통화했다며 이를 확인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이 직접 연락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하기 직전 조 바이든 전 미 대통령과 통화한 202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는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20년 7월 23일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 상호방문을 포함,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뒤 “우리는 양측 협상팀이 (우크라이나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을 즉각 개시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에게 협상을 이끌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와 통화하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그에게 (나와 푸틴의) 대화 내용을 알리고,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을 알릴 것”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전화를 마친 뒤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통화했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확인했다.
트럼프·푸틴 대통령은 통화 당시 최근 성사된 양국 간 수감자 맞교환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강조한 뒤 푸틴 대통령이 미국인 석방에 협력한 것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나는 희망하건대 이 노력이 곧 성공적 결론을 끌어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선거 때 사용한 구호 중 하나인 ‘상식’을 푸틴 대통령이 인용했다면서 “우리는 모두 그것을 강하게 믿는다”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모두 양국의 위대한 역사와, 우리가 2차대전에서 성공적으로 함께 싸웠다는 사실을 돌이켜봤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양국의 강력함에 대해 논의했고, 우리가 협력함으로써 언젠가 얻게 될 위대한 이익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상황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적대행위를 조속히 중단하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고, 푸틴 대통령은 분쟁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또 두 정상이 평화적인 협상을 통해 장기적인 해결을 이룰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양국이 함께 일할 때가 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발언 중 하나를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두 정상이 직접 만나는 것을 포함해 접촉을 지속하기로 합의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을 초대하는 등 미국 관리들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수감자 교환 문제, 중동 정세, 이란의 핵 프로그램, 양국 간 경제 관계 등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과 러시아는 수감자 교환을 단행했다. 마약 혐의로 러시아에 수감 중이던 마크 포겔이 석방돼 전날 미국에 도착한 가운데 미국에 수감 중인 러시아인 1명도 풀려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상자산 거래소 BTC-e의 공동 창업자인 알렉산드르 빈니크가 석방될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최근 수감자 맞교환을 진행하며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조성한 상황에서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착수키로 함에 따라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유럽을 방문 중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선을 그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014년(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해) 이전의 영토 구획으로 돌아가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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